“투수가 오전에 공 50개를 던지더니 훈련이 끝났다고 하더라. 그래서야 어떻게 한 시즌을 버틸 수 있겠나.”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을 보기 위해 도쿄돔을 찾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고위 관계자는 혀를 찼다.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였다. 그는 “시즌 초반이야 모르겠지만 여름이 되면 훈련이 부족했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4, 5월 바닥을 헤매던 롯데는 6, 7월 부쩍 힘을 내며 10일 현재 4위에 올라 있다. 이대로라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어떤 구단은 쉬지 않고 훈련한다. 하지만 요즘 프로야구 성적을 보면 1위부터 5위까지 비슷하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얘기다. ‘어떤 구단’은 SK를 가리키는 말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2007년 부임하자마자 특유의 ‘관리 야구’를 앞세워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요즘도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치면 ‘특타(특별 타격훈련)’를 한다. 야간 경기가 끝난 뒤에 밤 12시를 넘겨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 감독의 ‘관리 야구’와 로이스터 감독의 ‘자율 야구’를 놓고 지난해에도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SK가 워낙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관리 야구’에 더 무게가 실렸다.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롯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11일 현재 3위 SK에 3경기 차 뒤진 4위다. 로이스터 감독이 자신감을 보일 만하다. 반면 SK는 최근 2년 같지 않다. 주전 포수 박경완이 시즌을 마감한 데 이어 에이스 김광현마저 정규시즌을 접으며 3위로 떨어졌다. 주전들의 잇단 부상이 가장 큰 이유지만 계속되는 관리 야구에 선수들이 지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리’냐 ‘자율’이냐를 놓고 야구 전문가들은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둘 다 맞다”고 했다. MBC-ESPN 이순철 해설위원은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선수에게 일방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정답이 없더라도 ‘관리’와 ‘자율’을 대표하는 두 팀의 최종 성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