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시즌 동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팀 가운데 3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스리그’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매 시즌 엄청난 돈으로 대형 선수를 영입한 프리미어리그는 인기 면에서도 다른 리그를 압도했다. 세계 축구의 큰 흐름이 프리미어리그로 기운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스타들이 줄줄이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카카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포함해 슈퍼스타 삼총사가 프리메라리가에 모였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바르셀로나), 카림 벤제마(레알) 등도 스페인에 합류했다.
돈 씀씀이에서도 프리메라리가는 프리미어리그를 넘어섰다. 프리메라리가의 올 시즌 지출 규모는 38억7000만 유로(약 6조7000억 원). 전 세계 리그 가운데 으뜸이다. 현재 세계 축구 연봉 ‘톱5’ 가운데 4명이 프리메라리가 소속이다.
왜 갑자기 잉글랜드가 지고, 스페인이 떴을까. 역시 돈 문제가 가장 크다. 일명 ‘베컴법’으로 불리는 스페인 정부의 감세 정책이 프리메라리가 대세론에 기여했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 선수들은 받는 돈의 24%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스페인 선수들이 수입의 43%를 세금으로 내는 데 비해 훨씬 적은 액수다. 상대적으로 잉글랜드의 자금 경색도 스페인에 호재로 작용했다. 경제위기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잉글랜드 팀들의 씀씀이가 대폭 줄었다. 45%까지 높아질 영국의 새로운 최고 소득세율 또한 잉글랜드 팀들을 위축시켰다.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아르센 벵게 감독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세금 인상이 영국 축구 팀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날씨와 언론 등 외부 요인도 스페인 대세론에 기여했다. 잉글랜드의 우울한 날씨는 익히 알려진 사실. 특히 환경적인 여건을 중요시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스페인의 화창한 날씨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언론도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를 꺼리게 만든다.
그러나 스페인 대세론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잉글랜드 팀들이 유럽 무대를 통해 발휘한 힘을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며 “유럽 축구는 여전히 잉글랜드가 주도한다”고 주장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