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亞 7위…‘톈진의 굴육’ 왜?

  • 입력 2009년 8월 17일 08시 44분


12년전 우승땐 5개월 합숙훈련 “철저한 준비-관리시스템 절실”

아시아지역에서조차 정상권에서 밀려난 한국농구. 철저한 준비만이 부활의 실마리다.

한국이 16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7-8위 결정전에서 필리핀에게 82-80으로 승리하며 대회를 마쳤다. 14일 8강전에서 레바논에게 석패, 사상 첫 4강 진출 실패의 수모를 겪은 한국은 15일 대만에게도 패하며 7-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3위까지 주어지는 2010터키세계선수권 티켓은 언감생심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는 준비기간의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마지막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1997년. 당시 우승 주역이었던 강동희(43) 원주 동부 감독은 “프로 출범 이전만 해도 1년에 4-5개월 씩 태릉에서 합숙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중동이 지금처럼 강하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그 때도 신장과 개인기 면에서는 한국이 열세. 하지만 조직력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NBA급 선수들이야 한 달 이내의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팀 전력을 낼 수 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강 감독의 의견.

2003년과 2005년 아시아선수권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전창진(46) 부산 KT 감독 역시 “훈련기간이 확보되어야 공인구와 아마추어 룰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프로농구에서는 스타 볼을 쓰지만, 국제대회 공인구는 몰텐(Molten). 몰텐은 스타보다 가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감독은 “미세한 차이에도 예민한 슈터들에게는 특히,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동희 감독 역시 “부정수비가 허용되는 아마추어 룰에서 우리 가드진은 코트가 상당히 좁아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한 선수를 제쳐도 또 다른 장신 선수가 골밑에 또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 공수에서 새로운 옵션들이 필요했다.

프로출범 이후 아마추어 시절과 같은 장기간의 합숙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25회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도 시즌종료 이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선수들은 지쳐 있었다.

전문가들은 “전임감독과 프로농구의 일정조정, 대표선수들의 처우 개선 등 대표팀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농구연맹(KBL)과 대한농구협회가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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