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6일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뜨거운 폭염 속에서도 역전과 역전을 거듭하던 경기는 11회 말 무사 만루서 나온 정수성의 끝내기 안타로 히어로즈가 7-6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번엔 지난 세레모니 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이제 물을 가득 담은 통이 아닌 끝없는 물줄기를 내뿜는 대형 호스를 준비한 것. 이날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젖어야 했다.
●페트병-생수통-쓰레기통-대형호스
야구선수들의 끝내기 안타 ‘세레모니’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양팔을 높이 들고 환호를 지르거나, 베이스를 돌며 깡총깡총 뛰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끝내기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뭇매’를 피해 줄달음 치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 선수들은 큰 쓰레기통에 물을 가득 담아 뿌리거나, 심지어는 목욕용 대야를 준비하는 등의 ‘철저함’까지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세레모니’
요즘 선수들은 세레모니를 숨겨야 할 일로 여기지 않는다. 프로야구 초기, 상대선수들의 감정을 의식해 조용히 넘어가던 세레모니는 이제 옛일이 됐다. 승리를 거두는 짜릿한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 끝내기 안타를 때린 선수는 물론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이에 맞는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세레모니를 지켜보는 상대방 선수들의 태도로 예전에 비해 너그러워졌다. 과거 남다른 세레모니에는 필수적으로 보복 사구가 따라왔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덕아웃에서도 ‘선수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야구종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비해 관대한 모습이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평이다.
●관중들에겐 또 다른 즐거움
팬들에게 있어 세레모니는 선수들의 단순한 자기표현을 넘어선다. 승리의 기쁨에 즐거워하는 선수들의 세레모니를 통해 팬들은 눈이 즐겁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세레모니를 통해 승리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야구전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의 한 누리꾼은 “요즘은 선수들의 세레모니를 보려고 경기를 본다. 물병으로 시작해 대형호스까지 이용해 승리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에 절로 흥이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세레모니 경계도
선수들의 지나친 세레모니 열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야구해설가 허구연 씨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스포츠의 세레모니를 다례(茶禮)처럼 하라고 요구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레모니도 상대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으면서 본인과 동료와 팬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프로야구는 수준 높은 플레이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와 품위를 갖춘 세레모니가 행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세레모니 열풍은 계속~
그럼에도 선수들의 이러한 세레모니는 계속될 전망이다.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표현함에 있어 끝내기 세레모니보다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극적인 순간이 다가오면 선수들과 팬들은 자연스럽게 끝내기 세레모니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들이 지속되고 계속해서 짜릿한 명승부가 이어진다면 세레모니도 지금보다 한 단계 진화할 것이다.
끝내기 안타와 멋진 세레모니, 2009년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하나의 ‘히트상품’이다.
동아닷컴 용진 기자 au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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