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팔팔한 후배들과 경쟁하는 게 버거웠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40세를 눈앞에 둔 두 여성 노장선수의 투혼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8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여자 100m 결승. 자메이카의 셸리앤 프레이저(23)가 10초73을 찍고 우승해 기뻐하는 순간 11초05로 7위를 한 챈드라 스터러프(38·바하마)는 쓸쓸하게 트랙을 떠났다.
16일엔 ‘왕년의 미녀 새’ 스테이시 드래길라(38·미국)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드래길라는 1999년, 2001년 선수권 챔피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장대높이뛰기 스타였다. 드래길라는 이번 대회에서 4.25m만 넘고 12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18일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안나 로고프스카(28·폴란드)가 4.75m로 새로운 여왕에 등극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27·러시아)는 세 번의 기회에서 단 한 번도 넘지 못해 11위로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다. 남자 1만 m에서는 케네니사 베켈레(27·에티오피아)가 26분46초31로 대회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베를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