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포항 유창현 “라이벌 누구냐고? 당근 용병이죠”

  • 입력 2009년 8월 19일 07시 59분


“인터뷰요? 솔직히 부담스럽긴 해도 많이 하고 싶어요.”

포항 공격수 유창현(24)은 요즘 잦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유명세’가 조금씩 실감난다고 했다. 올 시즌 K리그 14경기에 출전, 6골·2도움을 기록 중인데다 팬들과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떴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신인왕? 팀이 우선이죠

유창현은 지난해 선수 등록이 이뤄져 신인왕 후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다”고 담담히 풀어낼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현 위치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단다. 13골로 2군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지난 해, 유창현이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빨리 1군에 올라가야지”였다. 가족들은 모두 팀 내에서 어려움을 겪은 그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젠 “다치지 말라”는 얘기로 주제가 달라졌다. “통화 내용이 바뀐 것만으로도 즐겁죠. 이젠 뛰고 있단 의미잖아요.” 유창현의 별명은 ‘에너자이저’. 불볕더위에 ‘축구화 신기 싫을 정도로’ 지칠 때도 있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까 뛰고 또 뛴다. 15일 성남과 K리그 19라운드 홈경기(1-1 무승부)도 마찬가지. “전반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왔는데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더라고요. 한데 (파리아스)감독님이 ‘정말 잘했다’고 칭찬하셨죠. 그래서 후반에도 꾹 참고 뛰었어요.”

○첫 출전의 짜릿함

그는 5월 1일을 잊을 수 없다. 리그 8라운드 대전전(0-0 무승부)에서 1군 무대를 밟은 ‘의미 있는’ 하루였기 때문. 정신없이 필드를 누볐다. 후반 29분 이광재와 교체됐지만 스스로가 대견했다.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었어요. ‘넌 할 수 있어’ ‘넌 잘 할거야’라고요. 올해 3-4월 선수단이 원정을 나갈 때 감독님이 저를 명단에 포함시키더라고요. 물론 출전 명단에선 제외됐지만 그 때 틀림없이 기회가 오리란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두고 보세요. 절 2군에 두면 꼭 후회하실 겁니다’를 속으로 외치며 말이죠.”

잊을 수 없는 날은 또 있다. 날짜는 잘 기억할 수 없지만 포항 김태형 홍보팀 대리와 함께 꽁꽁 언 손을 비벼가며 홈경기 전단지를 돌렸던 2군 시절의 유독 추웠던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직원들에게 홈경기 전단지를 돌렸죠. 쟁쟁한 선배들 사진이 있더라고요. ‘언제쯤 전단지 화보 주인공이 될까’란 생각이 들었죠. 마침 그 날 2군 훈련이 있었는데 이를 악물고 뛰었어요. 친한 선배가 맥주 한 잔을 사기도 했는데 많이 마실 수 없었어요. 다음 날 훈련이 걱정되기도 했고, 처량해 지기도 싫고.”

○존경하는 선배 최효진, 라이벌은 용병

유창현은 중·고교 2년 선배 최효진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경기 전, 최효진은 항상 “(유)창현아, 몸 괜찮아? 잘 뛸 수 있지?”라고 자상하게 묻는데 정말 큰 힘이 된단다. “그런 선배가 제 곁에 있다는 게 영광이죠. 선수들에게, 특히 후배들은 존경하는 선배의 한 마디 따스한 말에 힘이 불끈 솟거든요.”

그렇다면 경쟁자는 누굴까. 딱히 내세울 만한 대표 경력은 없지만 언젠가 대표팀 승선을 꿈꾸는 유창현은 라이벌을 ‘용병’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대학 때 프로 입단을 앞두고, ‘공격수는 프로행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실제 용병 공격수가 K리그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었죠. 그래서 지인들이 윙 포워드나 측면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전향하라는 권유를 하셨어요. 그런데 전 오히려 포지션 변경이 자신 없었어요. 물론, 포항에 입단해서 팀 동료 데닐손의 플레이를 보고 한숨을 많이 쉬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이 쯤 경쟁도 이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겠어요, 안 그래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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