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경아 ‘뚝심의 V 스매싱’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코리아오픈탁구 여자복식

“결혼하고 나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느냐”고 물었더니 “제1의 전성기가 없었으니 요즘이 최고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 여자 탁구의 맏언니 김경아(32·대한항공). 2007년 9월 결혼한 ‘주부 선수’인 그는 흐르는 세월을 뛰어넘고 있다. 그는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끝난 대한항공배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여자 복식에서 박미영(28·삼성생명)과 짝을 이뤄 우승했다. 결승에서 홍콩의 티에야나-장화준 조에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4세트를 따내는 뚝심을 보이며 4-1(7-11, 13-11, 11-6, 11-3, 11-5)로 역전승했다. 2001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이 여자 복식 정상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아는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었는데 홈 팬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기쁘다”며 “체력은 달리지만 기술은 더 나아졌다. 탁구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말했다. 수비 전문이던 그는 최근 공격력까지 겸비해 뒤늦게 진화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김경아는 5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겠다며 낯선 중국 무대에 도전했다. 충칭(重慶) 소재 한 클럽의 임대 선수로 하루 이동 시간만 10시간이 넘는 고된 투어 생활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일 귀국한 다음 날 바로 출전하는 힘겨운 스케줄이었지만 이겨냈다. 남편의 응원을 받고 더 힘을 낸 김경아는 “처녀 시절에는 탁구의 권태기였다. 결혼 후 마음의 여유를 찾고 생활력도 강해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 복식에서 조언래(상무)-김정훈(KT&G) 조는 중국의 왕하오-하오솨이 조에 0-4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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