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는 거북이 군단?… “NO!”

  • 입력 2009년 8월 24일 09시 08분


히어로즈가 후반기 힘을 내며 4강 싸움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우리가 잘 한 게 아니라 위에 있는 팀들이 내려오고 있을 뿐”이라며 웃었지만 4위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히어로즈가 올 시즌 환골탈태한 부분은 바로 기동력. 지난해 59개의 팀도루로 한화와 이 부문 공동 꼴찌를 기록한 ‘거북이 군단’이었지만 올 시즌은 22일까지 팀도루가 무려 154개로 당당 1위다. 잔여경기가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 부문 1위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역사를 살펴보면 전년도 팀도루 꼴찌팀이 이듬해 곧바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청보(86년 47개→87년 127개)가 유일했다. 히어로즈는 청보보다 훨씬 더 큰 폭의 증가세다. 발이 느린 브룸바도 2개를 기록했고, 노장 이숭용도 5개를 보탰다. 선수단 구성에 큰 폭의 변화가 없다면 타력, 투수력과 마찬가지로 기동력 역시 하루아침에 꼴찌가 1위 되기가 쉽지 않지만 히어로즈는 조용히 기동력의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김 감독은 “뛰다가 아웃되는 선수에게 절대로 질책을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뛰라고 장려했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주춤거렸지만 자꾸 뛰다보니 요령들도 붙었다”면서 “아무래도 우리가 뛰다보니 상대 투수는 주자가 나가면 직구위주의 승부를 한다. 타자들의 타격도 수월해졌다. 투수는 주자가 달리면 퀵모션에 신경 써야하고, 그러다보면 실투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즈는 기동력의 반사이익으로 팀타율도 지난해 0.266에서 0.278로 상승했다.

최근 마운드가 안정을 찾고 있는 히어로즈가 4강싸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숨은 배경에는 기동력의 신장세를 빼놓을 수 없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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