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상 수영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를 찾아갔다. 노 감독은 매일 밤 송 박사와 수영에 스포츠과학을 접목하는 공부를 했다. 그 결과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일궜다.
육상강국 미국은 지도자 교육이 철저하다. 미국올림픽트레이닝센터(USOTC) 스포츠과학연구소와 협동으로 3단계에 걸쳐 지도자를 양성한다. 1단계는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가르친다. 2단계는 경력 3년 이상 된 지도자에게 이론과 실기를 가르친다. 3단계는 10년 이상 된 지도자에게 국가대표급 선수를 가르치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매 단계 테스트를 걸쳐 수준 미달자에겐 자격증을 주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대표팀을 맡는다.
미국은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밀렸다. 하지만 전체 금메달 수(10개)에서는 자메이카(7개)를 앞섰다. 다양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체계적인 교육의 힘이 컸다. 미국은 최근 베테랑 단거리 코치들이 해외 각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선수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미국육상연맹은 “지도자 양성 과정을 통해 우수한 지도자를 계속 배출하는 만큼 조만간 자메이카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한 한국 육상은 지도자 교육 시스템이 거의 없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지도자 코스가 있지만 모든 스포츠를 총괄하는 기본적인 교육일 뿐이다. 종목별 전문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축구의 경우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4강 신화를 이룬 뒤 국제축구연맹(FIFA)급 지도자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오래전부터 수준 높은 외국인 지도자들을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키운 선수들을 뺏길까 봐 두려워하는 국내 지도자들의 이간질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짐을 싼 경우가 적지 않다.
2년 뒤 대구에서 한국 육상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선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 지도자를 영입했으면 일단 믿고 따라야 한다. 국내 전문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베를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