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 “최고령 투수? 특별 느낌 없어”

  • 입력 2009년 8월 25일 20시 56분


21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한 송진우(43)는 최근 은퇴 기자회견에서 "울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안타를 허용해 역전을 허용한 뒤 9회 댄 로마이어의 3루타와 장종훈의 희생플라이로 재역전했을 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함께 울었다고 했다. 200승, 3000이닝을 달성했을 때도 눈물이 없었던 송진우가 선수 생활하면서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기억이다.

그러나 그 때조차 울지 않고 일어나 몸을 풀었던 선수가 있다. 구대성(40)이다. 당시 관중석에서 구대성을 지켜본 팬의 증언에 따르면, 연습 투구인데도 시속 150km는 될 듯한 직구를 던져댔다고 한다. 구대성은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궜다. 그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 1패 3세이브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로 뽑혔다.

송진우의 눈물을 우승의 감동으로 승화시킨 구대성. 그는 송진우의 은퇴로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8개 구단을 통틀어 가득염(SK·40)과 함께 최고령 투수이기도 하다.

23일 목동야구장에서 만난 구대성은 송진우의 은퇴에 대해 "훌륭한 선수였고 잘 되길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최고령 투수가 된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느낌은 없다.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게 구대성이다. 그는 언제나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공 2개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절묘하게 걸치게 하거나 타자 몸 쪽을 파고드는 코스에 꽂아 넣어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곤 했다. 위기 상황일수록 표정 변화가 없는 그의 배짱 투구는 빛났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도 삼성 시절 그의 무심투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가 많았다. 구대성은 철완이었다. 5회면 슬슬 몸을 풀었다. 6회에 마운드에 올라 50~60개씩 공을 던져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마운드에 섰다.

구대성과 송진우. 혹사 논란이 많았던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고령 투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구대성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다"는 송진우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선발 투수가 투구 수 100개까지만 정해놓고 던진다고 해서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오래 던질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런 그도 후배 류현진(22)에 대해서는 '가르칠 게 없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구대성은 송진우에게 배운 서클 체인지업을 류현진에게 전수했다.

구대성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이 꼴찌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령 현역은 덤덤했다. 그는 "꼴찌를 해봐야 1등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내년에도 무슨 역할이든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성은 선배 송진우가 그랬듯 아직 끝을 정해놓지 않았다.

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