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점프 대표 선수는 달랑 4명. 김흥수 코치(29)를 비롯해 최흥철(28), 최용직(27), 김현기(26), 강칠구(25)가 전부다. 강칠구를 제외한 세 선수는 국내에 스키점프가 처음 도입된 1991년부터 18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스키점프 1세대인 이들은 새로 들어오는 선수가 없어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대한스키연맹 등록 선수는 10명 남짓. 대표팀 이외에 국제 대회에 출전할 기량을 갖춘 선수는 거의 없다. 가까운 일본은 스키점프 선수가 600여명에 이른다. 유럽은 나라마다 수 천 명의 대표 후보군이 있다. 이 때문에 최용직은 "국제 대회에 나가면 외국 선수들이 '또 너희들이냐'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스키점프는 비인기 종목이다. 대표팀의 현실은 열악하다. 김흥수 코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받는 돈은 후련 수당으로 전부로 일당 3만원이다. 1년간 모으면 39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매달 45만 원의 연금을 받지만 그 이상이 훈련 경비로 들어간다. 제대로 된 유니폼도 없다. 1년에 한두 벌로 버티다 보니 찢어진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선 적도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막노동은 기본이고 인형 탈을 쓰고 홍보 도우미도 했다. 인력 시장에 기웃거리기도 했다.
올해 해외 전지훈련 비행기 티켓은 외상으로 끊었다. 다행히 지난해 최흥철과 김현기가 실업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은 아직도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영화 '국가대표'가 뜨면서 지원이 조금씩 늘고는 있다. 강칠구는 "메달 10개를 따는 것보다 영화 한 편으로 대접이 달라졌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힘든 환경 속에서도 대표팀의 국제 대회 성적은 반짝반짝 빛났다.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같은 해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에선 단체전 금메달을, 올해 중국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선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강칠구는 "세계 수준과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미래를 키우고 있다. 국가대표 후보인 중고교생 3명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최용직은 "4명이 10년간 함께 있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새로운 후배들과 경쟁을 하며 성적이 좋은 선수 4명이 나서는 게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땅에서는 생계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만 하늘을 날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스키점프 대표팀. 열악한 현실을 딛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들에게서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이 느껴졌다.
평창=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