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의 방한이 육상 열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까.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문동후(60)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은 30일, “볼트 측과 직접 통화를 한 결과, 9월25일 열리는 2009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 볼트가 참가한다는 확실한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볼트의 후원사인 푸마 코리아 역시 독일 본사로부터 “관련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 대회선 연일 매진 사례… 홍보효과 4300억 흥행 대성공
○ 대구조직위, 삼고초려 끝에 볼트 모시기 성공
대구조직위 관계자는 “귀한 몸을 모셔오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조직위는 이미 2008년 대회부터 볼트 초청을 타진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가장 큰 걸림돌은 초청료 문제였다.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육상 100·200·400m계주에서 세계신기록 3개로 우승한 볼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외신에 따르면 볼트 초청의 대가는 수 십만 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09세계육상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면서 볼트의 주가는 더 뛰었다.
대구조직위는 이미 3-4월부터 볼트의 방한을 추진했다. 대구 조직위 관계자는 “7월초 참가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뒤,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전방위적으로 볼트 측과 재 접촉 했다”고 밝혔다. 문동후 부위원장까지 직접 볼트의 에이전트를 만났다. 볼트가 9월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육상대회에 참가하는 것 역시 호재였다.
수차례 공들인 끝에 출전 OK … 대구스타디움 만원관중 숙제
○ 남은시간 2년. 관중 안 오면 어쩌나….
대구조직위가 거액의 초청료에도 불구하고, 볼트 방한에 공을 들인 이유는 국내 육상열기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다. 세계육상선수권은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라고 불린다. 하지만 세계적인 육상스타 가운데서 국내에서도 알려진 선수는 우사인 볼트와 옐레나 이신바예바(27·러시아) 정도 뿐. 2년 안에 갑작스럽게 한국에서 육상스타가 나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통해 인프라 구축과 대회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대구조직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최대 6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스타디움을 과연 채울 수 있느냐다.
국제육상연맹(IAAF)이 가장 염려하는 점이기도 하다. ‘장대높이뛰기의 제왕’ 세르게이 부브카(46·우크라이나)를 위원장으로 하는 IAAF 산하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코디네이션 커미션은 대구조직위 측에 “Full stadium!”을 강조한다. IAAF는 세계선수권에서 만원 관중이 들어 찰 경우 개최국 조직위에 100만 달러 이상의 인센티브를 준다.
○ 육상 역사상 최고의 티켓파워
2009베를린 육상세계선수권이 열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은 연일 매진이었다. 육상관련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 돼 있는 독일은 육상에 대한 인기가 원래부터 높았다. 이런 토양에 ‘번개’ 볼트의 등장까지 더해지면서 흥행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볼트는 육상 역사상 가장 티켓파워가 큰 선수로 평가받는다. 대구조직위 관계자는 “독일 육상관계자들도 7만6000명의 만원 관중 가운데 최소 절반은 볼트를 보기 위해 모여 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볼트의 인기에 힘입어 볼트의 후원사인 푸마는 대회기간 중 4%%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2009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 기간 중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개인적으로 소장해 오던 베를린 장벽의 조각을 볼트에게 선물했다. 20년 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듯 100·200m에서 세계기록을 깬 볼트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볼트가 이 장벽에 사인을 하는 장면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소개됐다. 베를린 시 당국은 이 행사를 통해 3억5000만 달러(4300억원)의 홍보효과를 봤다고 추산하고 있다.
‘2011’ 지구촌 홍보·관중몰이 두토끼 사냥 … 사활건 승부수
○ 볼트 방한으로 육상열기에 불 지핀다
2011대구세계선수권까지 남은 기간은 2년. 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 준비단계와는 달리, 국내에서조차 세계육상선수권 개최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떨어진다. 대구조직위는 볼트의 방한을 통해 ‘세계육상선수권 홍보’와 ‘관중몰이에 대한 가능성 타진’ 2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볼트의 말 한마디는 전 세계로 타전된다. 대구조직위는 볼트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베를린 장벽을 전달한 베를린 시처럼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홍보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계획들도 구상중이다.
볼트의 방한은 ‘과연 한국에서 육상이 흥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척도도 된다. 이전까지 육상흥행에 대한 가능성은 추상적인 차원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었다. ‘관중이 얼마나 모일지’ 가늠자조차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조직위 관계자는 “볼트를 알고 있고, 볼트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최소한 2011년에 대구스타디움을 찾을 수 있는 잠재적 관중”이라면서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그 잠재적 관중을 현실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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