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한국 야구와 사랑에 빠졌어요”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日 시바자키씨, 서울 원정응원에 자비 들여 장애우 등 구장으로 초청
두산 ‘斗’자 따 아들 이름 짓고
日 사이트에 한국 야구 소개도

지난달 28일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 웬 일본인 부부가 1루 지정석에서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시바자키 히로히사 씨(34)는 두산의 원정 유니폼을 입고 두산 야구 모자를 썼다. 갓 돌이 지난 아들에게는 두산 중심 타자 김동주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혔다. 구장을 가득 메운 3만500명 만원 관중의 함성 속에서도 아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들 주변에서는 노원 리틀야구단 소속 어린이 20명이 함께 경기를 보고 있었다. 시바자키 씨는 자비를 들여 이들을 초청했다. 기념품도 주고 저녁 식사도 제공했다.

시바자키 씨는 일본 오사카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여느 일본인 30대 남성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는 일본 야구보다 한국 야구와 사랑에 빠졌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매일 한국 프로야구 전적을 확인한다. 두산의 열혈 팬이라는 그는 두산(斗山)의 앞 글자를 따 아들의 이름도 에이토(瑛斗)라고 지었다.

1995년 고베의 고난대에 입학한 그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다. 야구를 하는 나라를 공부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1998년 고려대 한국어학당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야구를 접했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김동주, 김태균(한화) 등 장타자가 많은 한국 야구는 세밀한 일본 야구보다 힘이 넘치고 호쾌하다”며 “한국 야구장은 일본보다 더 따뜻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시바자키 씨는 2000년부터 일본인 대상 한국 관광 안내 사이트인 ‘서울나비’에 한국 야구 관련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1년에 3, 4편의 칼럼을 써서 받은 5만 엔으로 2005년에는 뇌성마비 장애우 50명을 잠실구장에 초청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돈이 모이자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어린이 선수 20명을 초청했다. 시바자키 씨는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한국과 일본은 매번 명승부를 펼쳤다”며 “한일 야구가 영원한 라이벌로 남아 있으면서 함께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칼럼을 통해 더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과 한국 야구를 이해했으면 한다”며 “동시에 이런 기회를 통해 더 많은 한국 어린이들이 야구와 친숙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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