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받을 줄 알았는데 음성이 들렸다. 퇴출 심경을 묻자 한참 뜸을 들이더니 “별 것 없다”고 했다. 의외로 목소리는 밝았지만 어조는 낮았다. 낮에 울먹임까지 섞어서 강하게 억울함을 토로하던 기백은 없었다. 체념의 기운이 느껴졌다면 잘못 읽은 것일까.
8월31일 밤 터진 음주난동 의혹 여파로 1일 롯데에서 전격 퇴출된 정수근(32)은 “안타깝다. (신고자가) 롯데를 좋아하다보니까 그랬다고 사과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도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퇴출)통보를 받는 순간, 그럴 마음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결백을 주장한 셈.
1년을 쉬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입었는데 한 달 만에 또 벗게 된 롯데 1군 유니폼. 롯데에 대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답답하다. 그러나 구단이 다시 운동할 기회를 줬으니까 고맙다”라고 선선히 롯데와의 결별을 수용했다.
향후 거취에 관해선 정수근은 “3-4일 쉬면서 결단을 내리겠다. 거기엔 은퇴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고, 우리 부모님 어떡해”란 말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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