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최대한 아껴라”

  • 입력 2009년 9월 2일 09시 06분


피로누적…열흘만에 등판해 두산 ‘V’ 견인

선발 10승 투수는 아직 한 명도 없고, 마무리 투수는 시련을 겪고 있다. 철벽 불펜의 대명사였던 ‘K-I-L-L 라인’은 무너진 지 오래. 그 사이 페넌트레이스 1위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제 두산 김경문 감독은 마음을 비운 채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마운드의 기둥이자 희망인 임태훈(22)에게 긴 휴식을 준 이유다.

임태훈은 지난달 22일 잠실 삼성전에서 1이닝을 던진 뒤 9일을 내리 쉬었다. 불펜에서 몸조차 풀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 몸이 완전치 않다. 어깨·팔꿈치·허리까지 안 아픈 데가 없다. 2007년 64경기·101.1이닝, 2008년 57경기·87이닝 투구에 이어 올해도 벌써 52경기에서 83.1이닝을 던지면서 강행군 중인 탓이다.

김 감독은 “1·2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고 4·5선발이 등판할 때 불펜이 힘을 써야 하는데, 팀 사정이 그렇게 흐르지 못해 태훈이에게 계속 무리가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쌓인 피로는 팀의 명운이 걸린 KIA와의 지난 주말 3연전에 임태훈을 내보낼 수 없는 불운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태훈이가 못 던지면 우리 팀은 이길 수 없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해서라도 푹 쉬게 해줄 생각”이라면서 “본인이 ‘이제 괜찮다’고 덤비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꺼려지는 부분이 있으면 절대 던지지 말라고 얘기해 놨다”고 했다.

두산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큰 ‘난 자리’를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임태훈이 다른 투수들의 부진으로 인한 구멍까지 메워왔기 때문이다. 임태훈은 열흘만인 1일 잠실 한화전 9회말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헛스윙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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