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김남일 선수에 대해 대표팀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빙빙 돌려서 묻지 않았다. 김남일(32·사진 가운데·빗셀 고베)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기분이 상하거나 대답하기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김남일은 담담했다. “제가 대표팀에서 후배들과 지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외에는 없죠.”
김남일의 얼굴은 초췌했다. 지난 달 29일 J리그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코 부위는 아직도 멍이 가시지 않은 채 부어있었다. 5월 허벅지 부상 후 힘든 재활과정과 오랜 기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그간의 마음고생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 있었다.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내년 남아공월드컵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김남일은 “1년 만에 대표팀에 오니 긴장된다. 후배들과 경쟁이 쉬울 거라 보지는 않는다. 1차 목표는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드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김남일은 코뼈 골절로 5일 호주전은 고사하고 훈련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 못 하는 상황에서 귀국 비행기를 탔다. 스스로도 “좀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소집에 응한 건 “감독님께 정말 남아공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의지를 몸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날 김남일은 1시간 남짓 훈련을 묵묵히 소화한 뒤 “부상 부위가 괜찮다. 머리도 안 흔들린다”며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남일은 “예전에는 파주가 내 집 같았는데 이제는 좀 어색하다”고 했다. 앞으로도 파주가 어색한 ‘남의 집’일지 편안한 ‘내 집’이 될지는 그의 두 발과 마음에 달려있다.
파주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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