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전구장. 덕아웃에 앉아 훈련 장면을 지켜보던 한화 김인식 감독을 히어로즈 용병 외야수 클락이 찾아왔다. 지난해 한화에서 뛴 인연으로 클락은 한화와 경기 때면 이처럼 늘 김 감독에게 인사하러 온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김 감독은 클락을 보자마자 대뜸 “너, 한국말 잘 하지?”라고 물었다. 한국말로 대화하자는 얘기. 클락은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며 깍듯하게 인사말을 이어나갔다.
김 감독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 말을 영어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국말로 하자니 클락이 알아들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 그래도 김 감독은 클락의 목을 얼싸안고 정겨운 사제의 정을 나눴다.
클락이 자리를 뜰 때쯤 김 감독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영어. “디스 이어, 굿 플레이어.” “너 올해 잘 하고 있어”라는 의미다. 잠시 후 클락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알았어, 좋아.” 김 감독은 다시 빙그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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