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는 흔히 패션의 완성이라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어깨가 으쓱해지네요. 제가 바로 모자랍니다. 필드에 나갈 때 모자 하나 바꿨을 뿐인데 동반자로부터 “참 달라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하죠.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면 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답니다.
머리는 체온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체온 조절의 30∼50%를 담당합니다. 노년층 골퍼는 모자 하나만으로도 스웨터 한 겹을 입은 것만큼의 보온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모자는 자외선을 차단해 얼굴 피부를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모자는 상황에 따라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햇볕이 강한 계절에는 챙이 큰 캡이나 바이저가 제격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보온 기능이 뛰어난 니트 소재의 모자가 무난합니다.
모자는 휴대가 편하고 머리 크기에 맞출 수 있는 조임 장치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머리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모자를 장시간 쓰게 되면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모자를 고를 때는 자신의 얼굴형에 잘 맞춰야 합니다. 각진 얼굴에 사각 모자를 쓰면 “내 얼굴은 네모”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운동 후 가방 속에 모자를 방치해 두면 섭섭합니다.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고 땀에 젖었으면 말려서 보관해야 곰팡이나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프로골퍼들은 메인 스폰서 업체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통해 자존심과 개성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김하늘(코오롱엘로드)은 ‘주름 선캡’이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일명 ‘김하늘 모자’로 알려졌는데 앞은 햇빛을 가릴 수 있도록 넓은 챙으로, 뒤는 두건처럼 보이도록 주름 무늬 매듭으로 처리해 여성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는 한편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까지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지난달 국내 대회에 출전했던 비키 허스트(미국)는 앞쪽에 짧은 챙이 있고 평평한 형태를 지닌 헌팅캡(일본 ‘순사 모자’)을 쓰고 나와 시선을 끌었습니다. 콜롬비아의 카밀로 비예가스 역시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양용은(테일러메이드)과 최경주(나이키골프)는 뚜껑 부분이 없는 바이저를 애용합니다.
지난달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우승을 확정지은 뒤 18번홀 그린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모자를 벗고 악수를 하던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프로골퍼뿐 아니라 주말 골퍼도 대개 경기를 마치면 이런 인사를 나누는데요. 미국의 골프 채널에 따르면 중세 유럽에서 기사들이 투구를 벗고 예의를 갖추는 데서 비롯된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여성 골퍼들은 모자를 잘 벗지 않는 것 같아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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