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비화
글로버는 원래 SK 영입 리스트에 들어있었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던진 경력이 있어 일본통인 SK 김성근 감독은 보고가 올라오자 “데려오라”란 승낙을 내렸다. 그러나 글로버가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기에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글로버의 플로리다 집 바로 이웃에 SK 민경삼 운영본부장의 지인이 살았다. 이 루트를 통해 SK는 협상을 진행할 수 있어서 에이전트의 ‘장난’을 차단할 수 있었다. 북핵문제까지 들먹이며 글로버가 주저하자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안면을 쌓았던 이만수 수석코치까지 동원해 결단을 끌어냈다.
○용병이 아니라 팀원
구단 전체가 나서서 데려왔지만 내심 성격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야구는 잘했어도 안하무인이었던 레이번과 달리 글로버는 오자마자 한국 예절을 익혔다. 한국선수와 똑같이 훈련에 앞서 김 감독을 찾아가 모자를 벗고 문안인사를 올린다. 심지어 선발 옵션이 걸렸는데도 불펜 등판을 자원하기까지 했다. 8월 23일 KIA전인데 최희섭-김상현 두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잡았다. KIA 양현종이 불펜 등판하는 것을 보고 의욕이 생겼단다. 김 감독을 직접 찾아가 승낙을 얻었다. 이에 앞서 글로버는 8월 4일 히어로즈전에서 4.2이닝 만에 강판된 적이 있다. 내내 말이 없던 그는 끝난 후 감독 면담을 요청했다. 김 감독은 그 이유를 설명했고, 글로버는 승복했다. “김 감독이 용병에 이렇게 관대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SK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에서 익힌 포크볼
초반 글로버는 “구위는 좋으나 결정구가 없는 투수”란 내부적 평가를 들었다. 3주의 적응기간을 거쳐 김상진 투수코치 등 SK스태프는 글로버에게 서클체인지업을 권유했다. 그러나 워낙 손가락이 길고, 악력이 좋은지라 체인지업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코치진은 그립을 바꿔 포크볼을 연마시켰고, 이것이 신무기로 떠올랐다. 포크볼을 본격 장착한 뒤 글로버는 8월 9일 KIA전 이후 6번 선발에서 모조리 7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이러다 일본가면 어쩌나”라고 기분 좋은 걱정을 하고 있는 SK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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