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 한 시간 전, 성남 라커룸을 방문한 서울 최용수 코치가 선발 라인업을 쭉 훑어보곤 짐짓 놀란 표정으로 성남 신태용 감독에게 선제공격을 날렸다. “형, (김)정우가 정말 선발이에요? 감독님도 선수 했으면서 선수를 너무 혹사시킨다.” 후배의 따끔한 일침(?)에 신 감독은 “‘후반만 좀 뛰자’고 했더니 자기가 ‘좀 더 뛰면 안 돼요’라고 대답하더라고. 기특해서 선발에 넣었지”라고 대꾸했다.
곧바로 날아든 최 코치의 대답. “저희가 왜 (기)성용이를 선발에서 제외한 줄 아세요. 작년 저희가 수원과 K리그 챔프 2차전을 앞뒀을 때, 성용이가 배탈 증세가 있었어요. 귀네슈 감독께서 빼려고 마음먹었는데, 본인이 하도 뛰고 싶다고 간청을 해서 출전시켰죠.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플레이가 영 아니더라고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쉼 없이 속사포를 날리던 최 코치는 “우리가 옳은지, 형이 옳은지 한 번 지켜봅시다. 전 일하러 가요”라고 서울 벤치로 이동했다. 싱긋 웃고 떠나는 후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 감독이 애써 자위했다. “아마, 내가 옳은 선택을 했을 거야. 믿어줘.”
한편, 타 구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울산-부산전에선 선발로 나선 오범석 김영광 염기훈(울산)과 함께 이승현(부산)이 후보로 출전했고, 대전과 만난 포항은 김형일을, 전북은 제주전에 이동국을 내보내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동 대회에서 48시간 이내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을 뿐, 정확히 선수로 명시된 규정은 없어 각 팀들은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었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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