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활도 세계 제패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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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양궁선수권 뒷이야기
한국 궁사들 모두 국산활 사용
金2개 남자들 오랜만에 ‘으쓱’

9일 울산에서 막을 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한국 양궁을 위한 무대였다. 한국 대표팀은 리커브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여자 콤파운드도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 밖에도 한국 양궁은 다양한 소득을 거뒀다.

○ 활 성능도 세계 제패

9일 열린 이창환(두산중공업)과 빅토르 루반(우크라이나)의 남자부 리커브 준결승전은 한국 활과 미국 활의 대결이었다. 세계 랭킹 1위 루반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경모를 꺾고 금메달을 딸 당시 한국 활 제조업체 삼익스포츠가 만든 활을 썼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미국 호이트 사의 활을 사용했다.

루반을 꺾고 결승에 오른 이창환은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루반이 스폰서를 미국 업체로 바꾼 걸 보고 자존심이 상했다. 반드시 루반을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활 제조업체 ‘윈엔윈스포츠’의 활을 사용한 이창환을 포함해 한국 대표 선수들은 모두 국산 활을 사용했다.

○ 남자 대표팀의 약진

김진호, 서향숙, 김수녕, 윤미진, 박성현…. 한국 양궁은 그동안 ‘여인 천하’였다. 올림픽 등 큰 경기 단체전에서는 남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개인전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훨씬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남자 리커브 대표로 출전한 이창환 임동현(청주시청) 오진혁(농수산홈쇼핑)은 개인전 3연패와 단체전 5연패의 쾌거를 이뤘다. 개인전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이창환은 마침내 무관의 한을 풀었고, 늦깎이로 대표팀에 합류한 오진혁은 예선전에서 하루에 3개의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남자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큰 수확이다.

○ 콤파운드도 세계 정상 가시권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양궁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 양궁을 ‘절름발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콤파운드의 저변이 취약한 탓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대학, 실업 선수가 18명에 불과한 한국 여자 콤파운드 대표팀은 승승장구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양궁연맹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부터 콤파운드를 세부 종목으로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경기 종목으로 채택되면 전국체전에도 종목이 추가되고, 이는 콤파운드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리커브와 콤파운드가 공존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 선수들의 자질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콤파운드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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