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은 SK의 브레인이자 관제탑 같은 존재다. 김성근 감독(사진)의 복심(腹心)으로 통하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측근 중의 측근이기도 하다. 부자(父子)이자 동지다. 그의 데이터 분석능력은 김 감독이 자서전에서 인정한 바 있다. 창단 최다 11연승으로 페넌트레이스 1위 탈환이 가시화된 시점에 SK 핵심 인사이더인 그의 눈을 통해 ‘최악의 전력에서 나온 최선의 결과’에 대한 내부분석을 구했다.
○“KIA전 연승은 평상심에서 갈렸다”
포스트시즌에서 또 부닥칠 수 있기에 신중했지만 “KIA의 긴장”을 연승의 제1요인으로 꼽았다. “최희섭-김상현부터 제일 긴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KIA가 힘도 못 쓴”데 비해 SK는 “SK다운 야구”를 했다. “한국시리즈(KS) 2연패 경험은 무시 못 하겠다.” KIA가 예비 한국시리즈처럼 굳었다면 SK는 KS 3연패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임했다. 이 차이가 8일 1차전 흐름을 이끌었고, 9일 2차전까지 쭉 이어졌다.
○“11연승의 최고 성과는 정상호의 발견”
“정상호가 잘 했고…”를 제일 먼저 꺼냈다. 박경완의 돌연 부상으로 졸지에 주전포수를 맡은 정상호. 대안은 없었다. 바깥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SK는 내부적으로 정상호의 맞춤 교습법을 찾느라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6-7월 7연승 후 7연패’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해답은 “선수에게 맡기는 것.” ‘도박 아닌 도박’이었지만 결과가 점점 좋아지자 투수들이 박경완처럼 믿기 시작했다.
정상호가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자, 마운드 재편과 타순 재조합이 이어졌다. 에이스 글로버를 축으로 불펜의 윤길현이 살아났고, 전병두가 마무리로 굳혔다. 타순은 박재홍을 1번에 배치했고, 김재현을 좌투수 등판에 관계없이 출장시켰다. 이 변화의 지점과 11연승은 맞물린다. 여기다 “9월 경기 일정도 유리했다.” 글로버를 집중 투입할 순 없지만 불펜 풀가동이 가능했고, 징검다리 일정이어서 선수단이 연승을 실감치 못한 점이 되레 중압감을 줄였다.
실질적 단기결전처럼 운용됐기에 김 감독의 전술 능력이 최대한도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었던 셈.
○“SK의 2009년은 정말 잘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절반이 빠진 상황”에서 거둔 수확. “안에선 정말 잘했다”고 자평한다. KS 3연패에 대한 견제의 시선과 줄부상 악재 속에서 “감독님이 우승 약속을 지키려 무리하게 끌고 온 면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견디고 고맙게 이해해줬다. 그 결과 선수들도 발전했으니 윈-윈이 됐다”고 김 팀장은 자평했다. 또 하나,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란 김 감독의 신념이 관철된 시즌이기도 했다. 결론, SK의 진짜 에이스는 김성근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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