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축구계는 반신반의했다. 펠레와 함께 20세기 최고 선수인 점은 인정하더라도, 사령탑으로는 결코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 이에 마라도나는 “난 자격과 능력이 있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리고 1년. 마라도나는 고개를 떨궜다. 월드컵 본선행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축구 인생 최대의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마라도나를 울린 파라과이는 남아공월드컵 11번째 본선 진출국이 됐다.<그래픽 참조>
○파라과이 본선행… 아르헨티나 벼랑 끝
파라과이는 10일 오전(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 16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28분 넬손 발데스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파라과이는 9승3무4패(승점 30)로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파라과이의 본선 진출은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4회 연속이자 통산 8번째. 반면 통산 14번이나 본선에 올랐던 아르헨티나는 초상집이다. 최근 3연패를 당하면서 6승4무6패(승점 22)로 5위로 처졌다. 게다가 6위 우루과이(승점 21), 7위 콜롬비아(승점 20)에도 1-2점차로 쫓기는 신세다. 아르헨티나는 페루와 홈경기, 우루과이와 원정경기를 남겨뒀다. 마라도나는 “우리는 퍼즐을 다시 맞춰야한다. 우리가 현 상황까지 추락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미의 본선 직행 티켓은 4장이고, 5위는 북중미 및 카리브해 지역 4위와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잉글랜드, 스페인 남아공행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무적함대’ 스페인이 웃었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와 유럽예선 6조 8차전 홈경기에서 프랭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가 각각 두 골씩 넣고 웨인 루니가 한 골을 보태 5-1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8전 전승(승점 24)을 기록한 잉글랜드는 한 경기만 남겨 놓은 2위 크로아티아(승점 17)를 승점 7점차로 제치고 조 1위를 확정했다. 잉글랜드의 본선행은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4회 연속이고, 통산 13번째. 유로2008 챔피언 스페인도 에스토니아를 3-0으로 꺾고 8전 전승으로 통산 13번째이자 9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사우디의 충격 탈락
1994년부터 4회 연속 본선에 올랐던 아시아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레인에 덜미를 잡혔다. 바레인은 사우디와의 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2-2 무승부를 거뒀다. 6일 1차전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던 바레인은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사우디를 제치고 오세아니아 예선 1위 뉴질랜드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획득했다. 플레이오프는 10월과 11월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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