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터키대표팀을 이끌고 3위를 했을 때도 감동받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프로축구 FC 서울 셰뇰 귀네슈 감독(57·터키). 2002년 터키대표팀을 맡아 한일 월드컵에서 팀을 3위로 이끌었다. 그 뒤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감독으로 칭송받았지만 이국에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경기 중 심판 판정에 늘 회의를 느꼈다. 지난달 26일 포항과의 컵대회 4강 2차전을 마친 뒤에는 폭발했다. 그는 “심판 3명만 있으면 우승도 가능하다. 이제부터 야구를 봐야겠다”고 비판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제재금 1000만 원의 중징계였다.
웃을 일 없던 그가 모처럼 웃었다. 그를 웃게 한 것은 바로 팬들의 사랑이었다. 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린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이 2-1로 이긴 뒤 서포터스 응원석으로 다가간 귀네슈 감독에게 팬들이 흰색 티셔츠에 싸인 물건을 전달했다.
티셔츠에는 귀네슈 감독의 얼굴과 함께 ‘위대한 귀네슈, 당신이 옳습니다(Great Gunes, You're Right)’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티셔츠에 싸인 물건은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이 티셔츠를 팔고 모금을 해 마련한 1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미 그의 제재금은 연맹에 납부됐지만 팬들은 그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팬들이 제작한 1만5000원짜리 티셔츠 500장은 순식간에 다 팔렸다. 여기에 모금된 돈을 합해 1000만 원이 만들어졌다.
팬들의 사랑에 귀네슈 감독의 얼었던 마음도 녹았다. 그는 “K리그에서 3년째인데 힘들고 어려운 것을 참고 이겨내 왔다. 혼자라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 팬들이 애정을 보여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구단은 “이날 모금된 1000만 원은 좋은 곳에 기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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