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32·전 롯데·사진)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정수근은 15일 프로야구선수협회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힘들고 괴로운 결정을 하려고 한다. 많은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망과 억울함보다는 반성의 시간이 됐다”고 적었다. 이어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 신뢰를 얼마나 잃었는지 알았기에 다시 찾아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고 나니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이제는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3년 동안 야구는 삶이자 인생의 전부였다.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은 사형선고를 받고 기다리는 사형수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글로 마지막을 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한스럽고 괴롭지만 모든 것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내주신 팬 여러분의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살겠다”고 덧붙였다.
정수근은 지난달 31일 늦은 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술집에 있었고 그를 본 종업원이 난동을 부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실이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롯데는 곧바로 정수근을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향후 본인의 진술이 사실로 확증될 경우 재심의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수근의 주장대로 별다른 소동 없이 맥주 두 잔만 마셨다면 경찰 등 사법기관에 의뢰해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KBO는 이후 선수협회의 요청으로 사법기관을 거치는 대신 신고 사실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로부터 오보였다는 진술서를 받아오면 재심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수근은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1995년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한 정수근은 1998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2004년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롯데로 옮겼고 15시즌 동안 450타점 866득점 474도루에 타율 0.280의 성적을 남겼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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