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둥가감독… 두 전설의 ‘엇갈린 운명’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월드컵 예선탈락 위기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10일 열린 파라과이와의 월드컵 남미 예선 도중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6일 브라질에 1-3으로 완패한 데 이어 파라과이에도 0-1로 졌다. AFP 연합뉴스
월드컵 예선탈락 위기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10일 열린 파라과이와의 월드컵 남미 예선 도중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6일 브라질에 1-3으로 완패한 데 이어 파라과이에도 0-1로 졌다. AFP 연합뉴스
남미예선 부동의 1위둥가 브라질 둥가 감독이 5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남미 예선에 앞서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던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브라질은 6일 아르헨티나를 3-1로 이겼다. 로이터 연합뉴스
남미예선 부동의 1위
둥가 <브라질 감독>

브라질 둥가 감독이 5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남미 예선에 앞서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던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브라질은 6일 아르헨티나를 3-1로 이겼다. 로이터 연합뉴스
《“챔피언이 경기장에서 어떻게 싸우는지를 우리가 보여줬다.”(둥가 브라질 감독)

“거칠고 힘든 경기였다. 브라질에 지는 건 언제나 괴롭다.”(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

6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남미 예선 브라질-아르헨티나의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사령탑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라이벌을 3-1로 이긴 둥가 감독(46)은 “이번 승리는 기술의 승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49)은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바빴다. 양 감독의 희비 쌍곡선은 10일 경기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브라질은 칠레를 잡고 부동의 예선 1위를 지킨 반면 아르헨티나는 파라과이에 져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 화려한 데뷔… 행보는 ‘하늘과 땅’

두 감독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둥가는 선수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가 구심점이 된 브라질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시대를 열었다. 마라도나의 선수 경력은 눈이 부시다. 펠레(브라질)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로 추앙받는다.

‘살아 있는 전설’로 평가받던 둘은 감독으로 데뷔할 때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화려한 선수 경력이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이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직후 지휘봉을 잡은 둥가는 데뷔 초기 직면했던 우려를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월드컵 남미 예선 1위 등 뛰어난 성과로 극복했다. 최근에는 11연승을 달리는 등 그의 리더십은 연일 상승세다.

반면 마라도나는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3연패를 당하는 등 감독 데뷔 이후 6승 4패에 그쳤다. 아르헨티나 신문이 “마라도나의 영광스러운 이미지가 초기엔 유용했지만 지금은 우리를 지옥불로 떨어뜨렸다”고 표현할 만큼 비난을 받고 있다.

○ 실리 축구 vs 무채색 전술

같은 초짜 감독임에도 이처럼 운명이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유기적인 조직력과 철벽 수비를 강조하는 둥가의 실리 축구가 브라질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와 접목돼 승리 보증수표가 됐다”고 분석했다. MBC 서형욱 해설위원은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 그의 원칙이 선수들 사이에 경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자기 색깔을 보여준 둥가와 달리 마라도나의 전술은 ‘무채색’이란 지적이다. SBS 박문성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는 약속된 부분 전술과 유기적인 공격 패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라도나호는 표류하는 난파선 같다”고 꼬집었다. 선수들이 따로 노는 듯한 모래알 조직 역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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