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알툴 감독 “최근들어 부상선수 속출 속앓이”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최근들어 부상선수 속출 속앓이한 선수 여러 포지션 기용 역효과”
최근 1대8 충격의 패배 맛본 제주 알툴 감독

‘1-8’. 제주 유나이티드는 13일 포항 스틸러스에 K리그 역대 최다 점수차로 졌다.

알툴 베르날데스 제주 감독(56·사진)은 16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대화할 상대가 바다 물고기밖에 없는 것 같아 누구라도 만나 하소연하고 싶었다”는 게 갑작스러운 서울 방문 이유다.

제주가 포항에 크게 진 뒤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감독이 너무 독선적이다’ ‘이날 결과는 선수들이 감독에게 저항하기 위해 사실상 태업을 한 것’ ‘구단 프런트도 감독에게 불만이 많다’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알툴 감독은 “사람들은 좋았을 때만 기억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패배를 변명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팀을 만들어가는 마지막 단계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제주 사령탑을 맡은 알툴 감독은 열악한 현실에 눈앞이 깜깜했다. 스타플레이어라 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 구단 재정이 넉넉지 않아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웠다.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듯한 훈련도 갑갑했다. 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선수들이 세 명씩 삼각형을 이뤄 짧게 원터치 패스로 상대를 공략하도록 했다. 약한 전력을 극복하기 위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 뒤 후반에 승부수를 던지는 작전을 짰다. 그러자 제주는 ‘박진감 넘치고 재밌는 경기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체로 평가받으면서도 지난해 K리그에서 14개 팀 중 9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중반에는 6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7일 현재 9위.

알툴 감독은 “최근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대표팀 차출이 잦아 한 선수를 여러 포지션에 기용한 게 역효과를 낸 것 같다. 선수들이 지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년 지도자 생활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제주는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축구 선배로 자신을 믿어달라며 후배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후배를 잘못된 길로 이끌 지도자는 없습니다.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브라질 출신 이방인 감독이 K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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