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쾌거를 등에 업고 시작한 올 시즌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역대 최초의 개막전 전 구장 매진으로 기분 좋게 출발해 9월 9일 역대 시즌 최다관중(1995년·540만6374명)을 가볍게 넘어선 뒤에도 좀처럼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18일에는 롯데가 역대 팀 시즌 최다관중 돌파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사상 최고의 흥행 시즌으로 기록될 올해 프로야구는 이처럼 롯데뿐 아니라 역시 구단의 관중신기록을 세운 두산, SK, KIA의 비약적인 관중 증가세에도 힘입었다. 프로야구 흥행의 4두마차로 등장한 이들 4개 팀의 올 시즌 성공요인을 짚어보고 의미를 평가해본다.
롯데 - 불꽃 순위경쟁… 전국구 구단 흥행 돌풍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비롯한 롯데 선수단 전원은 18일 사직 히어로즈전에 앞서 모두 필드로 나와 도열했다. 단일 시즌 역대 최다관중 신기록(138만18명)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롯데는 홈 67경기 중 19번(마산 3회 포함) 만원사례를 달성했고, 9월 17-18일 홈 최종 2연전을 ‘팬 감사 데이’로 지정해 전부 매진시켜 작년 기록(137만9735명)을 넘어섰다. 롯데 이상구 단장은 “역대 없었던 1-2위 경쟁, 4-5위 팀간 경쟁이 막판까지 흥행을 이끌었다. 그 전엔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이 바람을 일으켰다. 여기다 KIA와 롯데 등 인기 있는 전국구 구단이 돌풍을 일으켰으니 야구장에 안 올 수가 없다”고 역대 최다관중 현상을 분석했다.
이 단장은 프로야구 사상 첫 600만 관중 돌파에 관해선 “롯데가 지금 기록을 또 다시 깨야된다”란 전제를 달았다. 롯데의 관중 동원이 성적과 크게 연동되는 현실을 감안, “초반부터 성적이 나면 더 많은 관중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 2년 연속 관중 130만 돌파의 일등공신으로는 ‘로이스터 바람’을 꼽았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두산 - ‘퀸즈 데이’ 등 여성팬 마케팅 공략 주효
두산은 17일까지 97만5355명의 홈관중을 모았다. 지난해 달성했던 팀 역대 최다 관중 기록(92만9600명)을 이미 넘어섰을 뿐 아니라 팀 사상 첫 100만 관중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입장권 판매수익은 지난해 40억원보다 10억원 가량 늘었고, 유니폼과 모자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상품 수입도 두 배로 뛰었다. 두산 김정균 마케팅팀장은 이에 대해 “올 시즌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여성팬 대상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것 같다.
평일에 월 1회 ‘퀸즈 데이’를 신설했는데 평일 평균 관중수를 훨씬 웃돌았다”고 자평했다. 두산은 아울러 자질구레한 이벤트를 정리하는 대신 가족 단위 팬을 대상으로 한 ‘베어스 데이’, 선수들과 팬들의 스킨십에 무게를 둔 ‘플레이어스 데이’에 집중해 체계적인 팬 친화 전략을 짰다. 물론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단의 영향이 첫 번째다. 김 팀장은 “올해 야구 시장이 확대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팀이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고 젊은 선수들이 스타로 떠오르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아 - 리그 1위·스타선수… 관중 폭발적 증가
올 시즌 광주구장은 17일까지 61경기서 52만 7145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경기 평균 8641명이며 총 18차례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5859명, 총 관중 35만 7447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특히 해태시절인 1996년 세운 종전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 46만 8922명을 넘어섰다. 1965년 지어진 광주구장은 대구와 함께 시설이 열악한 대표적 구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KIA는 적극적인 관중 유치를 위해 매 경기 지역대학과 단체를 초청하는 ‘네임데이’행사를 열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KIA는 올 시즌 폭발적인 관중증가의 이유가 페넌트레이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성적과 함께 여성과 가족단위 관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IA 노대권 홍보팀장은 “이종범, 최희섭 등 기존 스타플레이어에 윤석민과 이용규가 올림픽, WBC 등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으로 새롭게 스타가 되면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아 관중증대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이와 함께 시즌 여성관중과 가족단위 관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야구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SK - 꾸준한 성적·이벤트… 인천 연고 극복
SK는 프로야구 흥행의 ‘4룡’ 중 하나이지만 롯데 두산 KIA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빅마켓이라 하기 힘든 인천 연고이고, 토박이가 적은 지역의 특성상 열혈팬 층이 엷은 편이기도 하기 때문. 그러나 악조건 속에서도 SK는 2007년 이후 3년 연속 평균관중 1만 명을 돌파하며 꾸준히 관중이 늘고 있다. 8월23일 KIA전에서 홈 56경기 만에 인천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바꿨다. 18일까지 78만2892명.
SK 장순일 경영본부장은 일련의 성과에 대해 “일단 성적을 3년 연속 꾸준히 올렸다. 2007년부터 시작한 스포테인먼트도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주말 가족단위 관중이 확실히 많아졌다. 토요일 불꽃놀이 등 이벤트 문화도 정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말관중에 비해 평일관중 동원력이 떨어지는 점이 있지만 “의미 있는 숫자”라고 자평했다. 장 본부장은 “가족석 바비큐석 프리미엄 존의 점유율이 70-90%%대로 높다. 기존 문학구장 인프라에 (전광판, 와이번스 랜드 등 리모델링으로) 차별화를 둔 전략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화보]프로야구 단일시즌, 역대 최다 관중 돌파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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