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섭(28·삼화저축은행)이 2전3기 끝에 한국프로골프(KPGA) SBS코리안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김대섭은 20일 경기도 여주 솔모로 골프장(파71·675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2개를 기록했지만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뽑아내면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가 된 김대섭은 김대현(21·하이트)을 1타차로 꺾고 우승컵에 키스했다. 통산 5승째다.
우승상금 1억원을 챙긴 김대섭은 시즌 상금 3억587만원으로 1위 배상문(23·키움증권·5억605만원)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김대섭은 이 대회와 악연이 깊었다.
2006년 대회에서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무려 8타를 잃었다.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코어 카드 오기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실격 판정을 받아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며 2년 넘게 무관으로 시즌을 보냈다.
김대섭의 우승은 극적이었다. 앞 조에서 플레이한 김대현이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 선두를 빼앗겼다. 남은 2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 지난 주 한국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운이 김대섭의 편이었다. 17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에지 부근으로 떨어졌지만 17m 거리의 칩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는 칩인 버디로 연결돼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칩인 버디는 행운의 시작에 불과했다. 김대현이 마지막 18번홀(파3)에서 1.2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장면을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지켜본 김대섭은 침착하게 티 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마무리 해 시즌 첫 우승을 챙겼다.
김대섭은 “18번홀에서 대현이의 퍼트 장면을 봤다. 1.5m 정도로 보였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현이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은 덜 익은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대현은 다 잡았던 우승컵을 내주면서 다시 한번 ‘김대섭 징크스’에 울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김대섭이 마지막 18번홀에서 그림 같은 칩샷 후 버디를 성공시키며 연장으로 끌려갔다. 결국 무릎을 꿇으며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눈앞에 뒀던 두 차례의 우승 기회를 모두 김대섭에게 빼앗겼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김형우(17·해운대고)는 1타를 더 줄이면서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손준업(22)은 1타를 잃었지만 합계 2언더파 282타로 4위로 끝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김도훈(20·넥슨홀딩스)은 이날만 4타를 잃으면서 정준(38), 허원경(23·삼화저축은행) 등과 함께 공동 6위에 만족했다.
시즌 3승을 노린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는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3개 기록한 끝에 2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로 공동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여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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