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섭, 시련 안긴 그 무대서 부활샷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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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이 20일 한국프로골프 SBS 메리츠 솔모로오픈에서 우승컵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KPGA
김대섭이 20일 한국프로골프 SBS 메리츠 솔모로오픈에서 우승컵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KPGA
악몽의 2006년 솔모로오픈 4R
선두 달리다 보기… 트리플보기…
카드 오기 실격 겹치며 긴 방황
역전우승으로 3년만에 재기

사람들은 한때 그를 ‘골프 신동’으로 불렀다. 김대섭(29·삼화저축은행) 얘기다. 서라벌고 2학년이던 1998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뒤 200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섰다. 이듬해 프로에 데뷔해 메이저대회인 한국프로선수권대회에서 2승을 포함해 2005년까지 통산 3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갑자기 시련이 찾아왔다. 2006년 메리츠 솔모로오픈 때였다. 선두로 시작한 4라운드에서 더블 보기 2개와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무너졌다. 게다가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처리되는 불명예까지 겪었다. 그 충격으로 김대섭은 2년 동안 “티박스에 오르면 공이 두 개로 보였다”고 털어놓을 만큼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슬럼프에 허덕였다. 스폰서도 떨어졌다.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아픈 상처를 남긴 바로 그 무대에서 김대섭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20일 여주 솔모로CC(파72)에서 끝난 메리츠 솔모로오픈 4라운드에서 합계 6언더파 278타로 김대현(하이트)을 1타 차로 제치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김대섭은 1타 차 2위였던 17번홀(파4)에서 52도 웨지로 17m 거리의 칩인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가 됐다. 김대현이 18번홀(파3)에서 1.5m 파 퍼트를 놓쳐 단독 선두가 된 뒤 이 홀에서 파를 해 승리를 지켰다.

어느덧 두 아들의 아빠로 올 시즌이 끝난 뒤 입대하는 김대섭은 “골프를 그만둘까 고민하게 했던 이 대회에서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그는 우승 상금 1억 원을 보태 상금 2위(3억5000만 원)로 올라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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