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감독을 신격화하지 말라

  • 입력 2009년 9월 21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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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취재 가운데 가장 큰 차이점은 감독 부문이다.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야구의 가십부터 헤드라인까지 거의 감독 중심이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히 스타플레이어 중심이다. 물론 국내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메이저리그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게다가 국내프로야구는 성적만 좋으면 감독을 거의 신격화해버린다. 요즘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 조범현 감독이 신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갈량’을 비롯해서 모든 수식어와 찬사가 동원되고 있다. ‘야신’으로 불리는 SK 김성근 감독에서 조범현 감독으로 이동된 분위기다. 기자도 야구를 20년 넘게 취재했지만 야구에 신이 어디 있겠는가. 이는 전형적으로 일본식이다.

7월 24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좌완 마크 벌리가 메이저리그 통산 18번째 퍼펙트게임을 작성했다. 퍼펙트게임의 하이라이트는 9회 수비선수로 중견수에 드웨인 와이스가 교체된 것이다. 와이스는 9회 탬파베이 레이스 게이브 캐플러의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 벌리의 퍼펙트게임에 일조했다. 아지 기옌 감독의 번뜩인 선수 교체가 결정적이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와이스의 미기플레이에 돌아가는 것이지 기옌 감독은 아니다. 국내였다면 기옌 감독은 용병술의 신이 되고도 남을 만하다.

지난 1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LA 다저스는 3-1로 승리했다. 중견수 맷 켐프, 우익수 안드레 이디어를 제외하고 주전들은 거의 빠졌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켐프의 홈런과 비주전 로니 벨리아드의 홈런으로 이겼다. 조 토리 감독의 용병술이 기가 막힌 셈이다. 하지만 다음날 지역신문에 토리의 용병술을 거론하는 기사는 한군데도 없었다. 야간경기에서 낮경기가 돼 주요 선수들이 빠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을 대신해 나온 선수들이 잘해서 승리를 거둔 것에 불과하다.

감독의 임무는 엔트리에 있는 선수 가운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파악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상황과 경기 흐름에 따라 이에 맞는 선수 교체는 당연히 감독의 몫이다. 그것이 어떻게 신의 영역으로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가. 이제 프로야구도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선수 중심의 야구가 돼야 한다. 감독을 너무 우상화시킨 뒤 뒷날 후유증도 생각해야 한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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