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증세는 높은 곳에 올라갈 때 신체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뜻한다. 낮게는 해발 2500m부터 사람을 괴롭힌다.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최대의 적이다.
기자를 비롯해 오은선 안나푸르나 원정대에 동행 중인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고산 등반 경험이 없다. 처음 겪는 고산환경은 당연히 두려움이었다. 원정대는 18일 레테(2480m)를 떠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90m)로 향했다. 레테는 원정대가 잠을 잔 마지막 침대 숙소였고 바로 옆 차요라는 마을을 끝으로 원정대는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원정대 대부분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숨은 가빴지만 오르막길을 오르는 게 힘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18일 저녁 세퍼드카카(3260m)에 이르렀을 때 머리가 약간 띵했지만 동맥산소분압계 수치는 92로 정상. 동맥산소분압계는 피 단위면적(1cc)당 산소가 몇 %인지 나타내는 수치로 85 이상이면 정상이다.
문제는 다음 날 흠콜라(4286m)로 향하는 길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길 아니면 낭떠러지를 옆에 둔 외길.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 중 가장 힘들다는 ‘툴로부긴 패스’가 시작된 것이다. 한 걸음 떼기가 너무 힘겨웠다. 오르막이 아닌 평지가 나타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쪽이 낭떠러지인 외길을 걸을 때도 많은 대원이 산소 부족으로 휘청거렸다. 그나마 왼쪽으로 넘어지는 건 생존본능 때문이었다.
저녁에 도착한 흠콜라. 많은 사람이 두통을 호소했다. 머리가 멍하다는 사람부터 깨질 것 같다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기자는 20일 오전 5시경 코피 때문에 잠을 깼다. 20분간 피를 쏟고 나니 산소 부족, 피 부족이 동시에 머리를 짓눌렀다. 고소 증세는 두통,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원인이 각각 다르다. 따라서 뚜렷한 처방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힘겹게 걸음을 이어가다 보니 가스펠송 첫 소절이 머리에 맴돌았다. ‘네가 걷는 이 길이 혹 더디 걷는 수가 있으며….’ 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정말 더디게 걸었다. 정신이 온전치 않아 첫 소절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끝부분은 결국 바른 길로 가게 된다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발걸음이 가벼운 오은선 대장과 더딘 걸음을 옮긴 비전문 원정대원 모두 21일 월요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3시 15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란 뜻의 안나푸르나는 낙오자 한 명 없이 대원 모두를 받아주었다. 오 대장은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기자를 향해 “이곳에 오니 편안함을 느낀다. 오는 길이 정말 아름다워 편안히 올 수 있었다. 컨디션은 최고”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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