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 엎치락 뒤치락 타격왕 전쟁 누가 웃나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어제 무안타 홍성흔 2리 차 2위로… 25일 맞대결 관심

하룻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뀐다. 롯데 홍성흔(32)과 LG 박용택(30)의 타격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21일 타율 0.375로 선두를 달리던 홍성흔은 22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0.372가 돼 2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가 없던 박용택(0.374)은 가만히 앉아서 1위가 됐다.

프로야구 28년 역사에서 이렇게 높은 타율로 타이틀 경쟁을 벌이는 건 처음이다. 대부분 시즌에서 타격왕은 0.330∼0.340대에서 결정됐다. 0.370 이상의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1982년 MBC 백인천(0.412)을 시작으로 삼성 장효조(1985년 0.373, 1986년 0.387), 해태 이종범(1994년 0.393), 롯데 마해영(1999년 0.372) 등 5번뿐이다. 2000년대 들어 최고 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0.357을 친 김현수(두산)다.

홍성흔이나 박용택 모두 이전까지 한 번도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방망이에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올해 새롭게 타격에 눈을 떴다.

두산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홍성흔은 지난해 타율 0.331로 타격 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올해 롯데로 옮긴 뒤에는 타격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타격에만 ‘다걸기(올인)’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기술적으로 밀어치기에 능숙해졌다. 무게 중심을 뒤에 두고 밀어치는 타법을 익혀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되면서 어느 코스든 공략이 가능해졌다. 홍성흔은 “먹튀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잘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002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던 박용택의 부활은 더욱 극적이다. 자신에 맞는 타격 폼을 찾지 못해 들쭉날쭉했으나 올 시즌 자신만의 타격 자세를 확고히 한 뒤 ‘안타 기계’로 변신했다. 박용택은 “전방 1∼2m에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사각형으로 그려놓고 타격을 한 게 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치열한 타격왕 경쟁은 롯데와 LG가 맞붙는 25일 잠실경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1경기밖에 남지 않은 홍성흔에 비해 박용택은 3경기가 남아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역대로 2리 차 이하로 타격왕이 결정된 것은 6차례 있었다. 1990년에는 해태 한대화가 0.3349로 빙그레 이강돈(0.3348)에 1모 차로 앞서 타격왕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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