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리더십, 한달간 ‘불패행진’
박재상·정근우 공격라인 V선봉장
고도의 훈련 SK 디테일 야구 꽃펴
지난 15일 LG전 승리 직후, SK 김성근 감독에게 13연승 축하 메시지 문자를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아직 7승 더 남았어.”
지난 8월25일.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바로 직전 KIA에 3연패를 당했는데도. “앞으로 20경기.” 그는 혼잣말처럼 되뇌며 슬며시 웃었다.
그날 두산에 연장 10회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그로부터 한 달간 SK는 패배를 잊었다. 16연승(1무 포함).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연승 타이기록(1986년 삼성). SK 창단 최다연승(종전 2007년 11연승)과 김 감독 개인 최다연승(종전 1996년 13연승·쌍방울)도 모두 갈아 치웠다.
○벤치워크
SK 16연승은 곧 벤치 통제력의 승리다. 사실 올 시즌 내내 SK는 불펜, 특히 마무리 부재로 고생했다. 김 감독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마무리 정대현은 정상 몸이 아니었다. 그 대안을 시즌 초입엔 채병용, 시즌 막판엔 전병두에서 찾았고, 적중했다. 롱 릴리프 같은 마무리 전병두는 연승 기간 11경기에 등판해 23.2이닝(22삼진) 4자책점, 1승4세이브를 거뒀다.
승부처면 투입돼, 길게 가는 전병두는 후반전 흐름을 지배했다. 징검다리 잔여일정은 불펜의 이승호-윤길현의 구위를 자동 조절해줬다. 여기에 에이스 글로버를 불펜피칭 대신 마무리로 올리는 승부수도 가동했다. 김 감독 특유의 감각적 계투책은 글로버란 확실한 에이스가 있어서 극대화됐다. 글로버가 던지는 날과 아닌 날, 투수력을 배분할 수 있어서였다. 박경완-김광현이란 대한민국 최고 배터리 없이도 SK는 16연승까지 치솟았다.
○SK식 자율야구
반면 공격 면에선 김 감독 특유의 ‘매일 바뀌는 타선’이 사라졌다. 실질적인 고정타순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감독이 굳이 손을 댈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잘 돌아갔다. SK 공격라인의 축은 2번 박재상-3번 정근우다. 4-5번에 중심을 두는 대다수 팀들과 다르다. 연승 기간에 두 타자의 타격 사이클은 쾌조였고, 1번 박재홍, 4번 김재현 베테랑이 앞뒤로 엄호했다.
하위 타선의 정상호-나주환-박정권은 커리어 하이였고, 최정이 MVP 모드로 돌아왔다. 주루와 수비는 SK의 고도로 훈련된 디테일 야구의 힘을 증명했다.
어쩌면 SK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정규시즌 2위 팀’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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