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광주의 2009 R리그 경기가 열린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후반 7분 유민철과 교체 아웃돼 벤치로 나온 대전 미드필더 황진산(20)의 표정은 어두웠다. 귀엽고 곱상한 외모로 대전 서포터스로부터 ‘상큼이’란 닉네임을 가진 그이지만 조금 전까지 이를 악물고 뛴 필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현대고를 졸업하고 2008년 우선 지명으로 울산에 입단한 그는 데뷔 2년차를 맞이했지만 아직 K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 7월에는 대전으로 팀을 옮기는 작은(?) 시련도 경험해야 했다. “솔직히 조급하죠. 벌써 2년째인데. 좋은 표현으로 ‘이적’이지 방출된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그래도 대전이 너무 고마워요.”
연봉 1200만원 짜리 초년생. 무명이라 흔한 에이전트조차 찾는 게 쉽지 않다. 당연히 개인 스폰서는 꿈도 꿀 수 없다. 그래도 세금을 제해 100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을 받아 부모님께 꼬박꼬박 보내드리는 효자다. “부족하진 않아요. 쓸 일이 없는데요. 다만 좀 더 유명해져서 몸값이 오르면 부모님께 보다 떳떳하지 않겠어요?”
당연하지만 R리그 선수들은 1군 선수들과 처우가 다르다. 단순히 금전적 부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훈련장부터 다르다. 대전이 클럽하우스와 전용 연습시설이 없는 만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은 똑같지만 대개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에서 훈련한다. “‘서럽다’는 표현이 딱 맞죠. 모든 게 형들(1군) 위주 잖아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전 이적 후 치른 첫 경기(7월30일) 전북전부터 광주전까지 3경기 연속 출전이다. 후반 20분이 고비라던 체력도 90분까지 올라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전남전(3일)에선 1골-1도움을 기록했다. 더욱이 팀도 3연승 행진. “K리그 홈 경기가 있을 때 2군들은 경기장 2층 스탠드로 올라가서 관전해요. 마음 속으로 그곳에 언젠가 설 저를 그려보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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