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후 2년연속 PS진출·관중 신기록
로이스터 영입·구장 리모델링 등 노력
성적+분위기 혁신 ‘롯데 돌풍’ 효과로
프로 최초의 흑자 구단도 멀지 않았다!
당신이 한국 프로야구를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한다고 치자. 어디부터 데려가겠는가? 롯데와 사직구장은 필수 순례코스에 포함될 것이다. 단연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이니까.(실제 롯데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서를 김해공항, 롯데호텔 등에 배포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배라면 롯데는 키다. 그리고 박진웅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키잡이에 해당될 터다. 그의 말과 생각에 따라 한국야구 호(號)의 방향성이 요동치는 위치인 셈이다.
박 사장을 18일 홈 최종전 직전 만났다. 이미 롯데의 최다관중 신기록(138만18명)을 보고받은 상태였다. 작년 최다관중 기록(137만9735명)을 또 깬 것. 대중은 로이스터 효과를 얘기하지만 박 사장 재임 기간과 일치한다. 그 2년, 연속 4강도 달성됐다. 롯데의 시장 잠재력이 폭발했으나 그는 아직도 ‘성공’을 단정짓지 않았다.
○첫인상
사장실에 들어가자 테이블에 신문이 놓여 있었다. 박 사장이 허남식 부산시장과 사직구장에서 응원하는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인터뷰 자료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구단 사장들을 몇 차례 만나봤지만 이렇게 준비를 많이 한 경우는 처음 봤다.
인터뷰 중 단어 하나를 쓸 때도 말을 골랐고, 궤도를 벗어난 발언은 자제했다. ‘덕분에’ 질문하는 입장에선 힘들었지만 겸손함이 묻어났다. 신격호 그룹 회장이나 신동빈 부회장이 언론 노출을 자제한다고 들었는데 그 사풍이 박 사장에게 전파됐을지도. 그룹 본부와 유통에서 일하다 들어온 야구단. 기획통인 그에게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야구 비즈니스는 생소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그는 “야구는 잘 모른다”란 말을 수차례 했다. 이 전제는 프런트 업무를 “현장이 뛸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란 규정으로 이어졌다. 프런트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에 주력하자는 주의. 그 영역이 마케팅 확장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가치
‘만약 한국 프로스포츠에 흑자구단이 출현한다면 롯데일 것이다.’ 박 사장은 이 질문에 동의했다. 그러려면 일단 사람들이 오도록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첫째가 성적이고, 둘째가 분위기 혁신이었다. 성적은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해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둘째부분부턴 프런트의 몫. 올 시즌을 맞아 사직구장 정문을 리모델링했고, 롯데 박물관을 지었으며 구장 좌석을 개선했다. 컨셉은 ‘밝은 분위기 만들기.’ 그런 이미지를 줘야 가족 단위, 여성 단위 팬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티켓 사전 예약제를 도입, 마케팅 서비스도 실시했다.
이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할 여건은 마련됐다. 이미 광고비를 합치면 흑자. 그러나 진짜 자생구조를 갖추려면 ▲150만 이상의 관중 ▲입장료 현실화와 독립채산제 ▲중계권 구단 소유 ▲지자체의 협조 등을 갖춰야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또 하나, 박 사장은 “브랜드 가치”란 특별한 관점에서 야구단의 가치를 봤다. 그룹이 야구단에 일방적 시혜를 베푸는 기존 모델에서 탈피, 롯데 야구단이 그룹 이미지를 올려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역발상이다. 실제 작년부터 롯데건설, 대흥기획 등 계열사들의 협찬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시장가치에 맞게 스폰서 유치, 유니폼 광고를 전개할 배경이 갖춰진 것이다.
○조용한 결단력
박 사장은 “프로는 역시 이겨야 되는 것”이라고 한숨처럼 토로했다. 시즌 초 롯데가 꼴찌를 할 땐 “눈이 다 침침했다”고 털어놨다. 야구단의 속성상, 지방출장은 다반사이고 퇴근 시간은 없다. 집안 식구들은 다 롯데 전문가가 됐다.
역대 롯데 사장들과 달리(?) 박 사장은 ‘이기는 데 익숙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꼴찌로 처졌을 때도 움직이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을 따로 불러 얘기를 나눴고,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하라”고 했을 뿐이다. 이렇듯 정중동 행보의 박 사장이지만 올 시즌 두 가지 큰 결단을 내렸다. 하나는 홍성흔 영입. 역대 FA 실패 사례가 많았던 롯데였고, 중복투자란 위험성도 컸다. 그러나 홍성흔 없이 롯데의 4강을 상상할 수 있을까. 또 하나는 정수근 퇴출. 돌이켜보면 박 사장의 판단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롯데는 정수근과 같은 배를 타고, 침몰할 뻔했다. CEO의 판단에 그룹 이미지가 좌우된다는 좋은 사례다.
아직도 박 사장을 기다리는 ‘승부처’는 많다. 로이스터 감독 재계약 여부부터 그렇다. 예상대로 그는 이때만큼은 목소리를 높이며 “시즌 중인데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잘랐다. 아무리 박 사장이 언론에 드러나고 싶지 않아 해도 그가 최고 인기구단 롯데의 수장인 이상, 야구계가 그의 의중을 살피고, 입을 쳐다보는 것은 숙명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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