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와 코트를 떠나 있었던 12년간의 공백…. 테니스 선수로는 핸디캡 투성이인 그가 세월을 거스르며 거센 이변을 일으켰다. 1996년 은퇴 후 지난해 복귀한 다테 기미코(39·일본)가 그 주인공이었다.
세계 랭킹 155위 다테는 25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한솔코리아오픈 단식 8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세계 24위의 톱시드 다니엘라 한투호바(25·슬로바키아)를 꺾고 4강에 오르는 노장 투혼을 과시했다. 2시간 43분의 풀 세트 접전 끝에 2-1(7-6, 4-6, 6-4)로 이긴 뒤 해가 지도록 자리를 지킨 한국 팬들의 기립 박수에 라켓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건넸다.
다테는 자신보다 15세나 어리고 키는 18cm나 큰 181cm의 장신 한투호바를 맞아 낮게 깔리면서 좌우 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를 앞세워 집요하게 공략했다. 다테는 한때 세계 4위까지 오르며 WTA투어 통산 7승을 거둔 아시아 테니스의 전설. 은퇴 후 카레이서 출신 남편 미하엘 크럼(독일)과 결혼한 그는 “힘들긴 해도 도전을 즐기고 있다. 한투호바의 팔과 다리가 길기 때문에 몸쪽 공략을 시도한 게 먹혀들었다”며 기뻐했다.
다테는 대회 첫 2연패를 노리는 세계 54위 마리야 키릴렌코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키릴렌코는 상대 전적에서 3전 전패로 열세였던 베라 두셰비나(러시아·세계 50위)를 2-0(7-5, 7-6)으로 눌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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