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전쟁’, 마침내 막이 오른다.
두산과 롯데가 29일부터 벌이는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는 화끈한 공격야구로 승부가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되는 건 양 팀에서 가장 정교한 칼날로 꼽히는 롯데 홍성흔(32)과 두산 김현수(21)의 인연과 대립각이다.
1999년 프로에 데뷔한 홍성흔은 꼬박 10년을 두산에서 뛴 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로 롯데에 둥지를 틀었다. 김현수는 2006년 두산에 입단해 3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지난 시즌엔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타격왕 경쟁을 하면서도 부진에 빠졌을 때는 서로 방망이를 빌려주며 힘을 실어주는 동료애를 발휘했다. 그러나 이젠 칼끝 같은 외나무다리에서 적으로 만난다. 서로를 넘어야 대망을 이룰 수 있다.
둘은 지난해와 올해 ‘타격의 달인’ 경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 김현수가 0.357의 타율로 1위, 홍성흔(0.331)은 2위에 올랐다. 올해는 홍성흔이 0.371의 고타율로 2년 연속 타격 2위, 김현수는 지난해와 똑같은 0.357의 타율로 3위에 랭크됐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공격지향적인 양팀이 만난다는 점에서 화력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발 마운드의 높이는 롯데가 높다는 평가. 따라서 두산 방망이가 롯데 선발진을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그 중심에 김현수가 서 있다. 롯데 마운드는 김현수의 방망이를 봉쇄한다면 한층 수월한 싸움으로 전개할 수 있다.
홍성흔도 마찬가지다. 그의 방망이가 터지면 롯데는 상·하위 타선이 연쇄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으로서는 ‘집 떠난 자식’인 홍성흔에게 일격을 당한다면 그 아픔이 두 배일 수밖에 없다.
둘의 각오도 남다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1안타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김현수는 “지난해보다 여유가 생겼다. 독하게 마음먹고 있다”며 이를 악물었다.
홍성흔은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성적이 타율 0.311에 5홈런 33타점일 정도로 강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타점 4위에 최다루타(100) 1위다. 그는 “현수가 지난해에는 부진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 투수들에게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두산이 쉽지 않은 팀이지만 우리도 쉽지 않은 팀이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다고는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4강진출을 위해 포스트시즌 같은 일정을 치렀다.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양 팀은 그동안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딱 한번 가을잔치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두산이 4승3패로 웃었다. 그로부터 14년. 두 번째 가을잔치 맞대결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화보]‘정중동’ 준PO 하루앞둔 두산,롯데
[화보]‘안타 찍는 기계?’ 최고의 타격감 두산의 김현수
[관련기사]“두산 경험 월등” vs “단기전엔 롯데”
[관련기사]두산 여유만만이냐 롯데 야심만만이냐
[관련기사]두산 이종욱, ‘예비 아빠의 힘’ 으로…가을사나이 명성 재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