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1879∼1910·사진)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사살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역사의 현장에서 의미 있는 축구대회가 열린다.
하얼빈 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는 안중근 의사 평화컵 조직위원회와 함께 19일부터 26일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 유소년축구대회’를 연다. 백미옥 교장은 29일 “개교 100주년이자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뜻 깊은 체육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얼빈 시 한국 주간을 맞아 열리는 이번 대회는 안 의사를 되돌아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1월 16일 하얼빈 중양다제(中央大街)에 세워졌던 안 의사 동상은 ‘정치색이 강한 외국인의 동상은 거리에 세울 수 없다’는 이유로 열흘 만에 철거됐다. 이 동상은 최근 여의도 국회 앞마당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태다. 백 교장은 “하얼빈에서 열리는 유소년축구대회가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리소학교는 1909년 4월 독립투사들이 중심이 돼 조선민족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 동흥학교로 처음 설립돼 이름을 아홉 번 바꾸고 장소를 옮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선족 교육의 전당으로 100년간 맥을 잇고 있다. 특히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하기 직전 3일간 머물며 독립투사들과 거사를 준비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축구대회는 독립투사의 이름을 내건 게 독특하다. 최유진 안중근 의사 평화컵 조직위원장은 “유소년들에게 안 의사를 알리기 위해 축구와 접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칭다오에서 같은 대회를 연 뒤 올해는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장소를 옮겼다. 그는 도리소학교의 운동장 전체 길이가 68m밖에 안 되는 데다 바닥이 아스팔트로 돼 있는 것을 보고는 자비를 들여 가로 16m, 세로 30m 울타리 축구장을 기증했다. 최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후손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중국, 조선족 등 100개 팀이 참가해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5 대 5 경기로 전후반 10분 동안 학년별 챔피언을 가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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