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잔치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17년 만의 ‘9월 개막 포스트시즌’에서 먼저 웃은 쪽은 롯데였다. 롯데는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을 7-2로 꺾었다. 2000년 10월 15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 뒤 9년 만에 맛보는 가을잔치 승리다.
○ 롯데 새 에이스, 화려한 PS 데뷔전
롯데 선발 조정훈은 2005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1년부터 8-8-8-8-5-7-7(순위)로 이어진 롯데의 암흑기에는 아예 꿈도 못 꿀 일이었고 지난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팀이 3연패로 무너진 데다 송승준-손민한-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과 수준 차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풀타임 선발 첫해를 보낸 조정훈은 롯데의 새 에이스로 우뚝 섰다. 14승 9패로 공동 다승왕이 됐고 탈삼진에서도 2위(175개)에 올랐다.
조정훈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인 25일 LG전 선발이 유력했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과 다승 단독 1위 기회를 맞바꿨다. 그리고 “팀의 명예와 내 모든 것을 걸고 던지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이날 3회까지 두산 타선을 퍼펙트로 막은 조정훈은 1-0으로 앞선 4회 2사에서 두산 김현수에게 실투로 동점 홈런을 맞은 게 아쉬웠다. 7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5안타 2실점.
○ 롯데 조성환 ‘주장의 힘’
조성환은 1회 첫 타석에서 롯데의 첫 안타를 때렸다. 4회에는 볼넷으로 나간 뒤 도루에 성공했고 상대 투수의 폭투로 3루까지 밟았다. 그리고 홍성흔의 안타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2-1로 앞선 8회에는 2사 2루에서 큼지막한 3루타로 타점을 올린 뒤 다시 홈을 밟았다. 4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의 만점 활약. 롯데는 9회 3점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조성환은 “전날 숙소에서 성경책을 옆에 놓고 1시간 넘게 상대 투수와 내 타격을 차분하게 분석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너무 기뻐 준비를 못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잘 던지던 왼손 선발 크리스 니코스키가 4회 무사에서 왼쪽 어깨 근육통으로 강판하는 바람에 마운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까지 18차례 열린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은 100%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뚝심의 두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차전은 30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 얻어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이긴 게 거의 10년 만이다.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수들이 얻었을 것이다. 선발 조정훈은 정말 빼어난 피칭을 했다. 스피드와 파워, 적시타 능력을 고루 갖춘 두산 타선에 이렇다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부담 없이 즐기라고 주문했는데 정말 잘해줬다.
투수-타자 모두 롯데에 완패
▽김경문 두산 감독=투수, 타자 모두 롯데에 완패했다. 우리 타선이 못 친 것도 있지만 조정훈의 피칭을 칭찬하고 싶다. (4회 강판된) 크리스 니코스키는 남은 경기 등판이 어려울 것 같다. 3회부터 던질 때 고통을 참고 던지는 것 같았다. 오늘 전반적으로 타선이 부진했지만 내일은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