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전광판 응원 발명한 이동진씨

  • 입력 2009년 9월 30일 20시 26분


‘LED 응원 전광판만 있으면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어요!’

잠실구장은 올 시즌 40억원을 들여 기존의 낡은 전광판을 LED 전광판으로 교체했다. 화질이 선명해 시사회를 열고 싶은 영화사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응원석에도 유명세를 탄 전광판이 하나 있다.

두산 골수팬인 이동진 씨가 5월부터 항상 들고 나오는 LED 응원 전광판이다. 가로 30cm, 세로 10cm 크기에 불과한 아주 작은 전광판이지만 올 시즌 내내 야구장 카메라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가 됐다. 한 경기가 중계되는 동안 4~5차례나 비춰질 정도. 29,30일 준 플레이오프가 진행된 잠실구장 1루 측 응원석에서 이 씨가 든 전광판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두산 홈경기는 거의 빠지지 않고 봐요. 목이 터져라 응원하죠. 그러다보니 성대결정이 생길 정도로 목이 아팠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이 LED 전광판입니다. 선수들의 눈에 확 띄고, 어필할 수 있고, 그러면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다 떠올린 거죠.”

아이디어는 자동차 뒤쪽 창에 부착된 차량용 LED 전광판에서 출발했다. ‘접근금지’ ‘아이가 타고 있어요’ 등 글자가 빨갛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걸 개조해 야구장에서 응원을 하는 데 쓰면 좋겠다고 마음먹은 것.

즉시 이 제품을 개조하는 업체를 찾아 15만원을 들여 현재의 응원 전광판을 만들었다. 이 전광판은 8개의 응원 테마가 들어가고, 각 테마 당 수십 자의 응원 문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빨간 글자가 계속 해서 올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 만점이다. 예를 들어 김동주를 테마로 삼으면, ‘경고→고위험군→홈런타자→치명적인 장외홈런을 주의하세요→김동주’라는 식으로 글자가 차례로 전광판에 떠오른다.

이동진 씨는 자신을 ‘베이스볼 키즈’라고 정의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봤고, OB가 우승하는 걸 목격하고 자라 성인이 된 지금까지 계속 좋아한다는 거다. 올해 두산의 홈경기는 단 세 차례만 빼고 모두 봤다. 경기가 있는 날엔 월차를 내고 야구장에 달려갔다. 심지어 2군 경기까지 찾았다.

“저만의 더블헤더가 있어요. 낮에는 2군 경기를 보고, 밤에는 1군 경기를 보는 거죠. 올해도 수차례 더블헤더를 치렀죠.”

LED 응원 전광판이 인기와 함께 응원석에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그거 어떻게 하는 되는 거냐’ ‘얼마나 하냐’ 등 호기심을 표현했고, 심지어 전광판을 잠시 빌려서 응원을 직접 해보는 사람도 있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다. 아내한테 다른 데 간다고 거짓말하고 야구장에 온 한 지인이 이 씨의 근처에서 응원하다 LED 전광판과 함께 방송 카메라에 잡히면서 거짓말이 들통 났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경우다.

이 씨는 요즘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문구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운율을 맞춰야 하는데 이 작업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아서다. “그래도 항상 문구는 우리 팀(두산)을 북돋우는 걸로 해요. 전광판 응원이 주목받은 이유도 상대를 비방하지 않는 문구가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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