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고와 부산고는 롯데의 ‘양대 계보’로 통한다. 두 학교는 현재 롯데에서 송승준(29·경남고·사진), 장원준(24·부산고) 선발 원투펀치를 나란히 배출, 그 긍지를 잇고 있다.
롯데의 뼈대를 이루는 양대 명문고의 대표답게 두 투수는 2009시즌 승수와 패수까지 똑같이(13승8패) 균형을 이뤘다. 투구이닝(송승준 167.2이닝, 장원준 162.2이닝)도 거의 비슷했다. 장원준(4.15)이 “나는 톱10”이라고 송승준(4.72) 앞에서 자랑(?)했듯 방어율은 조금 나았다. 기묘하게도 두 투수는 2008시즌 역시 똑같이 12승이었다. 때문에 송승준은 “(장)원준이 때문에 연봉 협상이 너무 힘들다. 이젠 같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겠다”고 ‘생계형’ 농담을 꺼낸다.
그러나 두산과 30일 준PO 2차전 직전, 원정라커룸에서 선발을 대비해 마음을 가다듬는 장원준 바로 곁엔 송승준이 꼭 붙어있었다.(그러고 보니 등판 직전 수다로 긴장감을 푸는 스타일도 둘은 닮았다.) 주장 조성환이 “자꾸 옆에서 원준이 기(氣) 뺏어가지 말라”고 면박(?)을 줬다. 그러자 3차전 선발 출격 예정인 송승준은 “원준이의 나쁜 기(氣)를 흡수하기 위해서”라고 받아쳤다. 그 넉살에 엄격한 캡틴도 웃을 수밖에.
농담에서 묻어나듯 송승준은 후반 막판 명성에 걸맞지 않는 투구가 잇따랐다. 아로요 투수코치가 “차라리 아프면 설명이라도 될 텐데”라고 블랙유머를 구사할 만큼 미스터리였다. 3연속경기 완봉 구위가 실종되면서 선발 순서는 조정훈-장원준에 이어 ‘넘버3’까지 밀렸다.
그러나 송승준의 변함없는 호탕함과 쾌활함은 -속은 근성의 똬리를 틀고 있겠지만- 그의 당면 목표가 롯데의 제1선발이 아니라 우승이란 지점임을 능히 짐작케 한다. 12월13일 결혼예정인 신부를 위해서도 그렇다. 마이너리그 A급 유망주로 통했는데도 어쩐 일인지 메이저리그에 한번도 진입 못한 불운 탓에 송승준은 “이제 미국이라면 가기도 싫다”고 토로하지만 신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신혼여행지를 미국으로 정했다. 신부의 바람이 “송승준이 던진 마이너 팀을 전부 돌아보는 것”이어서다. 몬트리올 산하 트리플A 에드먼턴에 들르기 위해 일부러 캐나다까지 갈 예정.
2009년 가을, 장원준과 송승준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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