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전격 용병교체’ 전창진감독의 고육책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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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창진 감독은 TG 삼보 사령탑 시절이던 2005년 1월 갑자기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 팬들의 심한 질타에 시달렸다. 당시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도 처드니 그레이를 아비 스토리로 바꾸자 구단 홈페이지에는 ‘잘못됐다’거나 ‘감독 관둬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전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팬 카페에 직접 글까지 남기며 진화에 나섰다. 결국 스토리는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해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종료 후 전 감독은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정말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전 감독이 15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둘러싼 홍역을 다시 치르고 있다. 동부에서 KT로 둥지를 옮긴 전 감독은 최근 그레그 스팀스마를 퇴출시키고 전자랜드에서 뛰던 도널드 리틀을 영입했다. SK 출신인 스팀스마를 뽑았을 때도 ‘수준 이하의 선발’이라는 팬들의 혹평이 계속되자 전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에 그에 대한 믿음이 담긴 글을 올렸다. 그랬기에 전 감독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한 모양새가 됐다.

추석 휴가도 없이 시즌 준비에 매달린 전 감독은 “며칠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다. 선수들과 팬들에게 할 말이 없지만 더 늦기 전에 뭔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스팀스마는 두 달 가까이 전 감독의 애정 어린 관심 속에 지난달 말에는 성대한 생일잔치상까지 받았다. KT 동료들도 내성적인 스팀스마와 가까워지려고 애썼다.

하지만 스팀스마는 체력에도 허점을 드러내며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훈련 과정에서 진지함과 성실성을 강조하는 전 감독으로선 의욕 없이 설렁설렁하는 스팀스마를 더는 용납할 수 없었다. KT 주장 신기성은 “스팀스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뛸 수 없어 국내 선수와의 조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스팀스마는 모처럼 살아난 KT의 팀 분위기를 가라앉힐 때가 많았다.

고심 끝에 전 감독은 주사위를 던졌다.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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