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는 끝났다. 분위기도 좋다. 마음도 가볍다. 이제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준비가 완벽해서일까. 홍명보 청소년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한국의 리틀 태극전사들은 20세 이하 이집트 월드컵 8강에 진출하면서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9일 오후 11시 30분(한국 시간) ‘아프리카의 사자’ 가나와의 8강전을 앞뒀지만 이들에게서 긴장감을 찾아보긴 힘들다. 실전을 연습하듯 뛰겠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현지에서 선수들 몸 상태를 체크하는 송준섭 대표팀 주치의는 “어린 선수들이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다”며 “컨디션도 최상이어서 이러다 정말 사고 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가나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박종환 전 청소년 대표팀 감독은 “청소년 월드컵에선 브라질보다 가나가 더 무섭다”고 경계했다. 가나는 그동안 청소년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을 6차례 만나 5승 1무의 성적을 거둔 ‘아시아 킬러’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가장 큰 변수는 경기장의 잔디 상태. 경기를 펼칠 수에즈의 무바라크 스타디움의 잔디는 축구화가 푹푹 빠질 만큼 무르다. 조별 리그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한국과 달리 가나는 생소한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홍 감독도 인터뷰에서 “가나 선수들이 잔디를 밟아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경기장 환경을 변수로 꼽았다.
체력도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전방위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체력은 토너먼트에서 이변을 창출하는 최대 변수”라고 지적했다. 가나와의 16강전에서 역전패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떨어진 체력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꼽혔다. 가나보다 하루를 더 쉰 홍명보호는 체력 싸움에서 다소 유리하다.
가나의 경계 1호는 투톱인 랜스퍼드 오세이와 도미니크 아디야. 둘 다 170cm대의 단신이지만 이번 대회 가나가 기록한 10골 가운데 7골을 합작했다. 가나-남아공의 16강전을 직접 관전한 서정원 코치는 “두 선수 모두 순간 스피드가 좋고 위치를 바꿔가며 수비진을 교란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며 긴장감을 나타냈다.
가나의 양쪽 풀백도 요주의 대상이다. 오른쪽 풀백 새뮤얼 인쿰과 왼쪽 풀백 데이비드 아디는 경기 내내 빠른 스피드로 오버래핑하며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오버래핑을 협력 수비로 차단한 뒤 빈 공간을 노리면 오히려 가나의 장점을 약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우승후보 브라질-독일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이 확정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은 8일 이집트 포트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알란 카르데크의 선제골과 알렉스 테셰이라의 연속 골을 앞세워 우루과이를 3-1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까지 통산 16차례 출전한 브라질은 2003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과 같은 조였던 독일은 나이지리아를 3-2로 꺾고 8강에 합류해 브라질과 맞붙게 됐다. 헝가리는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체코를 4-3으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 8강은 한국-가나, 이탈리아-헝가리, 브라질-독일, 아랍에미리트-코스타리카 대결로 압축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 팀 감독의 말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는 한국과 가나의 8강전을 ‘문화 충돌’이라고 표현하며 관심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8일 FIFA와의 인터뷰에서 “가나는 대단한 강팀”이라고 말했다. 셀라스 테테 가나 감독은 “한국은 아름다운 경기를 펼치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위대한 성과를 냈다”고 칭찬하면서도 “이제 지난 경기를 잊고 9일 가나전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만이 최대의 적임을 경고했다. 그는 “가나는 공격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나고 빠르다. 가나는 우리가 0-2로 진 카메룬보다 키는 작지만 몸이 단단하고 힘이 좋다. 아프리카선수권에서 우승한 강팀이다. 하지만 우리도 지금까지 잘해 왔고 꼭 가나를 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테테 감독은 “어떤 팀이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면 누가 그 팀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한국은 아주 강하다. 정말 아름다운 플레이를 한다. 팬들을 즐겁게 만든다. 아주 빠르다. 결과적으로 상대를 열 받게 한다. 우리는 한국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강팀들을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지난 경기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밝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4강 길목 운명의 대결▼
“가나 강하지만 이길 것”
“한국 플레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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