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이 있다. 타격이나 투구는 경기 당일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주루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
발 빠른 주자를 앞세운 두산의 발야구가 SK를 다시 한 번 무너뜨렸다. 두산은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활발한 주루 플레이와 고영민의 쐐기 2점 홈런을 앞세워 SK를 4-1로 꺾었다. 두산은 남은 세 경기에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지난 2년 연속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첫판을 잡고도 우승을 내준 두산은 ‘세 번 실패는 없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총력전을 펼 것을 다짐하고 있다.
○ 이종욱-정수빈, 육상부의 승리
이종욱은 전날 1차전을 마친 뒤 오른발을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1회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종아리를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
하지만 8일 이종욱의 발에는 모터가 달린 듯했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서 3루수 앞 땅볼 타구를 친 뒤 전력으로 1루를 향해 달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한 끝에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후속 고영민 타석에서는 2루 도루에 성공한 데 이어 포수 정상호의 송구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안착했다. 이종욱은 3번 타자 김현수의 2루수 앞 땅볼 때 소중한 선취점을 올렸다. 고졸 신인 정수빈도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1-1 동점이던 8회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정수빈은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곧이어 폭투가 나오자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이종욱의 우중간 결승 2루타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 고영민의 못 말리는 감기 투혼
“만약 경기에 못 나갔으면 벌금을 물리려고 했어.” 김경문 두산 감독은 경기에 앞서 1차전에서 1회 결승 홈런을 친 고영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상으로 경기를 못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감기 등 몸 관리 소홀로 결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잠실에서 끝내겠다
▽김경문 두산 감독=선발 투수 세데뇨가 단연 수훈 선수다. 2연승했지만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하고도 SK에 우승을 내줬던 만큼 방심하지 않겠다. 3, 4차전이 열리는 잠실 홈에서 끝내겠다.
아직 3경기 남았다
▽김성근 SK 감독=1-1 동점이던 8회 2사 후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게 결정적이었다. 이게 발단이 돼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넘어가면서 3점을 내주고 말았다. 투수들의 볼 배합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세 경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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