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은 승기 잡는 적시타
SK는 0-1로 끌려가다 7회말 박정권의 솔로홈런으로 값진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쪽으로 기울던 흐름을 뺏어오는 듯했다. 그러나 ‘득점 후 곧바로 실점하지 마라’는 야구 격언과는 달리 SK는 동점 후 돌아선 8회초, 그것도 2사까지 잡은 뒤 결승점을 헌납하는 우를 범했다.
SK 3번째 투수 좌완 정우람이 발 빠른 9번타자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준 게 화근. 정수빈은 이종욱 타석 때 초구에 도루를 성공시켜 스코어링 포지션에 진출했다. 그리고 5구째에 폭투까지 나오면서 3루에 안착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이 순간 움직였다. 우익수 박재홍을 빼고, 1회 김동주와 5회 손시헌의 큰 타구를 기막히게 건져낸 중견수 조동화를 우익수로 밀어 넣었다. 중견수에는 김강민을 투입했다. 조동화와 김강민이 빠른 발로 폭넓은 수비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시프트(전략적 수비이동)를 단행했다. 특히 우익수 조동화는 파울선상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오도록 지시했다. 조동화로서는 약 4시 방향으로 전진하면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종욱이 장타보다는 오른쪽으로 짧은 타구를 날릴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었다.
시프트는 확률싸움이다. 그런데 이종욱은 정우람의 한가운데 높은 공(6구째)을 우중간 펜스 쪽으로 날려버렸다. 조동화는 10시 방향으로 전력질주했지만 타구를 건져내는 데 실패했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정상적인 위치였다면 조동화의 수비력을 감안할 때 잡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결과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수비수 교체와 시프트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문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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