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삼성은 ‘왼손 투수’ 권혁을 택합니다. 그리고 윤길현은 ‘인천 SK’에 둥지를 틉니다.
그로부터 8년 후. 윤길현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신인 때는, 인천에 있어도 늘 대구가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대구에 있어도 인천에 가고 싶어져요.” SK 유니폼을 입고 지낸 세월은, 그렇게 윤길현에게 ‘제 2의 고향’을 선사합니다.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의 ‘욕설 파동’이었죠. 누구보다 괴롭고 미안했던 건, 바로 당사자였습니다. “겨우내 재활하면서 야구와 떨어져 생활하는 동안, 정신적인 재활까지 마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즌 초반, 마운드에 오르는 그를 향해 종종 야유가 들려옵니다. 다시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나 때문에 팀이 힘들었으니, 한 해 더 잘 던지고 군대에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그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냥 일찍 다녀오는 게 나았을까’ 후회도 밀려오더랍니다. 물론 다시 한 번 가을잔치에 나서게 된 지금은,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하지만요.
윤길현은 다음 달 상무에 입대합니다. 앞으로 두 시즌 동안 SK 유니폼을 벗어야 합니다. “몇 경기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훨씬 집중하게 돼요. 한 경기,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아쉽고 서글프고…. 잘 던지면 다행이지만, 결과가 안 좋기라도 하면 평소보다 두 배로 속상하더라고요.”
3년 전 김성근 감독을 만난 후부터, 연애도 포기하고 야구에만 집중해왔던 그입니다. 안 되면 ‘에이 몰라’ 하고 포기하던 게으름을 버렸고, 식사를 포함한 생활 습관을 모두 야구에 맞췄습니다. 그런 열정들이 모여 일궈낸 두 번의 우승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목표는 우승이에요. 비록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지만, SK는 해낼 수 있는 팀이잖아요. 군대에 갈 때 가더라도, 세 번째 우승반지는 끼고 가야죠.”
10월의 하루하루가 유난히 아쉽다는 윤길현. 그는 그렇게 또다시 가을의 마운드에 오릅니다.
문학|스포츠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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