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티격태격 軍동기 정상호-이창환 ‘정이 쌓이네’

  • 입력 2009년 10월 9일 08시 16분


야구 정상호-양궁 이창환 ‘남다른 우정’

“프로선수인데 네가 밥 쏴야지.”(양궁선수 이창환)

“무슨 소리야? 넌 내가 낸 세금(메달리스트 연금) 다 가지고 가잖아.”(SK 정상호)

한 명은 태릉선수촌에서, 또 한 명은 전국을 돌며 1년을 보냅니다. 만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몇 번이 전부. 하지만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입니다. 남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 중 하나는 군대 동기라고 하죠? 둘은 2004년 11월 함께 훈련소의 모진 추위를 견뎌냈습니다. 바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창환(27·두산중공업)과 SK 포수 정상호(28)의 얘깁니다.

돈 한 푼이 아까워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막상 식사가 끝나면 서로 먼저 지갑을 여니까요. 옛 친구 만나면 미주알고주알 다투며 해묵은 정을 곱씹어 보기 마련입니다. 편하기 때문에 또 보고 싶고요.

5년 전입니다. “야, 너도 상무야? 넌 어느 종목이니?”, “난 양궁, 넌?” 그 때만 해도 둘은 많이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야, 그거 정말 힘드냐?” 양궁선수는 야구가 쉬워 보였고, 또 야구선수는 양궁이 만만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둘은 입대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창환은 “(정)상호에게서 자신의 몸값은 자신이 높인다는 것, 프로정신이 무엇인지 배웠다”고 했습니다. 팀 훈련이 끝난 늦은 밤, 부대의 찬 대기를 정상호의 힘찬 방망이가 갈랐습니다.

한국양궁의 훈련량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야구가 훈련을 시작할 때, 이창환은 이미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고 야간에도 라이트를 켜고 과녁을 응시했습니다. 정상호는 “창환이에게 고집스럽게 목표한 바를 향해 달리는 뚝심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5년 만에 한 명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09세계선수권 2관왕, 또 한 명은 한 팀의 안방을 책임지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이창환은 뿌듯한 마음으로 친구를 응원하고 있을까요?

돌아온 대답은 의외입니다. “저는 두산 팬이에요. 제가 두산중공업 소속이잖아요. 그리고 (김)상현(29·두산)형이랑도 친하거든요.” 이창환은 상무 시절 정상호의 룸메이트였던 김상현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어제도 전화했어요, 잘하라고. SK에서는 (정)상호만 잘 쳤으면 좋겠어요.”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가 이기든 두 친구는 또 한 번 ‘티격태격’ 우정을 나누겠군요.

문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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