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체육인들의 ‘20년 꿈’ 종합훈련원 이천서 문 연다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이제 “나가달라”는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위험한 아스팔트 위에 설 필요도 없다. 휠체어육상 선수들이 공식 개관을 앞둔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트랙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제 “나가달라”는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위험한 아스팔트 위에 설 필요도 없다. 휠체어육상 선수들이 공식 개관을 앞둔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트랙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할 곳을 구하기 힘들었다. 허름한 여인숙에서 합숙을 했다. 종목별 특성에 따른 식단은커녕 김칫국에 밥 말아먹기 일쑤였다. 2000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 때는 훈련을 거부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공항에서 ‘장애인 체육 차별 철폐’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우산을 펼쳐 들었다. 장애인 대표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는 영광이 아니었다.

국내 장애인 체육의 본격적인 출발은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이다. 비장애인 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첫 대회였고, 패럴림픽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도 이때부터다. 선수들은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선수촌을 소망했다. 꿈은 20여 년이 지나 현실이 됐다.

‘장애인의 태릉선수촌’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이 15일 문을 연다. 1998년부터 준비했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미루다 2007년 6월 착공했다. 국고 373억 원, 후원금 127억 원 등 총 500억 원이 들었다. 삼성이 100억 원을 보탰다. 경기 이천시 신둔면 도암리에 자리 잡은 훈련원은 대지 면적 18만4070m²(5만5680평)에 종합 체육동(4개 체육관), 생활관(숙소, 식당, 사무실), 종합운동장(축구장, 육상장) 등을 갖췄다.

50m 레인 8개가 있는 국제 규격의 수영장은 휠체어를 타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 입수로를 만들었다. 완벽한 방음 시설과 안전장치를 갖춘 시각장애인 종목인 ‘골볼’ 전용장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 14개 종목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고 144명이 동시에 합숙이 가능하다. 2011년 이후 2단계 건립 계획이 완성되면 패럴림픽 24개 전 종목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다.

200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4관왕으로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휠체어 육상 유병훈(37)은 “10년 넘는 선수 생활 내내 간절히 염원했던 공간이다. 이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천=이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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