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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600만 시대 ‘天高野飛’ 별별 이야기
‘그라운드의 꽃’ 치어리더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프로야구 선수는 누구일까? 또 결혼하고 싶은 선수는 또 누구일까? ‘주간동아’가 국내 8개 구단 치어리더 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치어리더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선수’로는 LG 트윈스의 이대형과 롯데 자이언츠 홍성흔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로는 롯데 정보명, LG 봉중근, SK 와이번스 김재현과 김광현이 각각 공동 1위로 뽑혔다. 재미있는 것은 ‘결혼하면 가장 고생시킬 것 같은 선수’로 LG 이대형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SK 김광현과 LG 이진형, 한화 류현진이 그 뒤를 이었다. 이유는 잘생긴 얼굴 탓에 ‘바람돌이’일 것 같다는 단순 추측 때문. 치어리더들이 꼽는 최악의 팬은 ‘은밀한 곳을 촬영하는 팬’이 단연 1위(18표)로 꼽혔다. 한 치어리더의 끔찍한 기억이다.
“외야석을 바라보며 한창 응원을 하는데 뭔가 찜찜해 아래를 보니 20대 남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치마 밑을 찍고 있는 거예요. 냅다 발로 차고 싶었지만 어떡해요. 그냥 뒤로 물러나서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응원했죠.”
그 뒤를 이어 ‘폭언하는 팬’(5표)과 ‘작업 거는 팬’(3표), ‘야한 춤만 추라는 팬’(2표), ‘물건을 던지는 팬’(2표), ‘째려보는 팬’(1표)도 치어리더들의 주요 경계대상으로 지목됐다.
‘S라인’에 짧은 치마와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을 돌아다니면 종종 선수들과 ‘스파크’가 튈 듯도 하다. ‘선수들로부터 데이트를 제안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상보다 적은 7명 만이 ‘간접적으로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치어리더의 이야기다.
“식사 제안을 받았는데, 그 선수는 애인이 있었어요. 가만히 얘길 듣다보니 색안경(자신을 ‘날라리’로 보는 듯했다는 뜻)을 끼고 저를 만나자는 것 같아 불쾌해서 거절했어요. 가끔 그런 제의가 들어와요.”
현재 활동하는 프로야구 치어리더들은 구단 소속이 아니다. 대부분 전문 이벤트 업체 소속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중 상당수가 프로야구 시즌인 4~10월엔 야구장에서, 나머지 기간에는 겨울철 실내스포츠 종목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열리는 농구장 또는 배구장에서 관중과 함께 웃고 운다. 응원이 없는 날은 연습실에서 맹훈련을 하는데 다리 찢다 피멍 드는 건 기본이다.
그래서일까. 화려함과는 달리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긍지는 ‘글쎄요’였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가족에게 권하고 싶냐’는 ‘그렇다’고 응답한 치어리더는 10명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13명으로 더 많았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도 7명이나 됐다. 스포츠이 짜릿함과 치어리더의 화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직업이지만 ‘생활이 불규칙적이고 수입이 낮다’(18명)는 게 주된 이유였다. 치어리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쁘다’(4명)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야구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즐겁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관중 수 592만5285명. 1995년 541만명이었던 역대 기록을 50만명 넘게 경신한 대기록이다. 40만명 정도로 예상되는 포스트시즌 예상 관중까지 합하면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6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는 지난 7개월 여간 펼쳐졌던 페넌트레이스 기간 동안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친 ‘야신(野神)’급 감독들과 손에 땀을 쥐는 명장면을 연출한 프로선수들, ‘해태아줌마’ ‘연안부두 아저씨’ ‘피켓녀’ ‘박경수 아저씨’ 등 각 구장의 명물들 그리고 치어리더들의 화려한 응원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간동아’ 707호 커버스토리 ‘天高野飛’는 이밖에도 ▲‘관중 600만 시대’의 주역인 8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올 한해 펼친 흥미진진한 기록과 장면들 ▲각 구장 명물들의 이야기 ▲탤런트 이채영과 개그맨 남희석 등 야구 홍보대사 연예인들이 말하는 야구의 매력 ▲프로야구 선수출신 이병훈 이용철 두 해설위원이 후배들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낸 쓴 소리 ▲심리학자와 소설가가 진단한 ‘한국인이 야구에 열광하는 까닭’ ▲과학으로 풀어 본 야구 ▲야구용품 매출을 530% 급증시킨 사회인 야구리그 열기 등 야구의 바다에 푹 빠진 대한민국을 입체 진단했다.
주간동아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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